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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故 이건희 회장의 진짜 유산[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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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최근 몇일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고인은 78년 생을 마치면서 거둔 것의 절반이 넘는 60% 이상을 사회로 다시 돌려놨다. 그 나머지 30여%는 부인과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적게는 2조~3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 감정가가 형성된 미술품(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은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또 고인이 2008년에 약속했던 '좋은 일에 쓰기로 했던 1조원'도 13년만에 고인의 유지에 따라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쓰이게 됐다.

이 회장의 유족들이 내게 될 상속세는 최대 상속세율 50%에 대주주할증까지 합해 최대 60%인 12조원 이상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상속세 세입금액의 3~4배 수준으로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회장이 타계한 이후 유족에게 남긴 계열사 지분(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유산은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고루 분재됐다. 국내 재계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재산의 분재였으나 잡음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12조원 이상의 상속세와 2조~3조원의 미술품 기증, 1조원의 기부 등을 합치면 약 16조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재산이 사회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의 아름다운 유산'이라는 칭찬이 이어지지만 사실 진정한 이 회장의 유산은 이같은 '돈'이나 미술품에 있지 않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굴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해서 성공을 보여준 그의 기업가 정신이 진짜 유산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에 태어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폐해진 저개발 국가의 시민으로 자라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은 도전정신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며 따돌림을 받을 때도 외톨이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물을 깊이 보고, 본질을 파악'하는 습관을 키워 번듯한 기업 하나 없던 대한민국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을 꺾고 세계에 자랑할만한 기업을 만드는데 선장 역할을 한 것이 그의 진정한 유산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1993년 신경영 철학은 '이병철의 창업시대'를 넘어 변해야 살아남는 격변의 시대에 삼성이 수성에 성공한 기업으로 길을 연 핵심 키워드였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변혁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초일류 기업을 완성해 나가는 선장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 회장은 대졸 여성 공채를 처음으로 실시하는 등 남녀의 차별을 없애고, 지역이나 학벌, 성별을 따지지 않고 파벌을 경계하며 능력에 따른 채용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지역전문가 제도나 열린 채용 등 파격적인 발상으로 변화를 이끈 선구자다.

그는 모두가 양을 우선시할 때 질을 중시하는 '질 중시 경영'과 디자인경영·창조경영 등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데 이어, TV와 휴대폰 등도 기어코 세계 1위로 만들었다.

또 1994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봉사를 통해 실천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도 2011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선자금 등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등 일부 오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78년 인생에서 이룬 성과와 유산은 다른 무엇으로도 덮기 힘들다. 혁신가 이건희의 정신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고 성공했다.

20세기의 마지막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에 그는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신념 하에 벽을 넘어선 인물이다. 열린 디지털 사회를 맞아 도전으로 세계 일류 기업 삼성을 만들었다. 그는 항상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혼자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상생 공동체를 꿈꿨던 이상가였다.

기업가 가문에 태어나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살아온 그의 성공스토리는 '돈'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이다. 이것이 혁신가 이건희로부터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진짜 유산이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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