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에도 정부는 오히려 LH 권한만 대폭 키우고 있다. 지난달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가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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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조직 해체' 수준의 혁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되레 LH 권한만 대폭 키워주는 정부 대책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공공이 조성한 토지에서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량을 대폭 줄였다. 시장에서는 민간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LH의 임대 주택 공급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임대 주택 정책도 '공공주도'에 방점을 찍고,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LH에 일감을 더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 등이 조성하는 토지가 50만㎡ 이상인 경우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비율을 1% 이상~3% 미만(면적 기준) 범위에서 국토부 장관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전 시행령은 우선 공급 비율을 3% 이상(면적 기준)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민간 임대사업자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국토부는 전체 주택 수가 아닌 면적 기준으로 임대주택 우선 공급 물량을 산정하게 돼 있는 만큼 시행령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정 전 시행령대로라면 3기 신도시는 주택 가용지 부족으로 민간 임대 비율이 전체 주택 가구 수 기준으로 14%에 달한다는 이유다. 국토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전체 주택 가구 수에서 민간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5~7%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에 '공공주도' 임대주택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민간 임대사업자가 3기 신도시에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 물량이 최대 1만6200가구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3기 신도시 전체 공급은 18만가구인데, 기존안대로라면 2만5200가구(전체 주택의 14%)를 공급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대로라면 9000~1만2000가구(전체 주택의 5~7%)로 공급 가능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고 민간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3기 신도시 조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것으로 봤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결국 민간 공급 물량을 줄이고 LH 공급량만 키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민간 사업자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주로 중산층 주택 수요자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공공 임대주택 공급 비중이 커지면 향후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는 주로 영세한 상황의 수요자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며 "민간 임대 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중산층을 위한 임대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간 행태를 보면 늘어난 공급량 대비 LH가 민간만큼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 LH에도 부담이다. 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지을 때마다 평균 1억2000만원의 빚이 늘기 때문이다. 입주민에게 월세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유지보수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매년 적자가 더 쌓이는 구조다.
국토부 민간임대정책과 관계자는 "주택 비중이 매우 컸던 1·2기 신도시와는 달리 3기 신도시는 자족도시로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기 때문에 주택 가용지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조성 토지 중 민간 임대사업자 우선 공급 비중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조정 근거를 마련한 것이지, LH의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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