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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헤럴드포럼] 최저임금 인상,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는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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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지푸라기라도 무리하게 계속 싣다 보면 낙타를 쓰러뜨리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처럼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최후의 행동이나 계기를 비유하는 것이다.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 1.5%, 인상률만 보면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는 하나, 급격하게 오른 현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부담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지금도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데믹을 고려하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우리의 상황이 마치 낙타의 등에 마지막 지푸라기를 올리기 직전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우리 최저임금은 너무 빠르게 올랐고 상대적 수준도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2021년 8720원으로 연평균 8.4% 인상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2.3%), 임금상승률(4.5%)을 크게 상회한다. 특히 지난 4년(2018~2021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34.8%로, G7국가 평균보다 약 3.2배 높았다. 이처럼 가파른 인상으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의미하는 전체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G7국가 중 최고인 62.4%에 달했다(2020년 기준).

    이러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들에게 집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최저임금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2020년 12월)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매출 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고,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올해까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숙박음식업·도소매업 등 소상공인이 많이 분포하는 대면서비스업의 어려움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러한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안정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지난 30여년간의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낡은 최저임금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우선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 가능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부터 시행해야 한다. 숙박음식업과 같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이 42.6%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 할 수 있다. 또한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적 임금인데도 여전히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 임금 구성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보다 월등히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는 제도적 불합리도 개선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강행 규정이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 합의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예외 없이 법 위반이 된다. 그만큼 시장과 기업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제도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과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소득이 적은 근로자에 장려금을 제공해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같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낙타의 등에 올리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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