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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현지화 전략, 미국에서도 통할까?···미리 보는 ‘미국식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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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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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보이그룹 NCT(사진)의 새 유닛 멤버를 뽑는 미국 현지 오디션 진행 계획을 밝히면서 아시아권에서 성과를 내오던 ‘K팝 한류 3.0’의 전략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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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미국 제작사인 MGM 텔레비전과 함께 미국 기반 글로벌 보이그룹 멤버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내 공개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참가자는 SM 소속 보이그룹 ‘NCT-할리우드’ 멤버가 돼 한국에서 이수만 프로듀서의 프로듀싱과 NCT 멤버들의 멘토링을 받아 글로벌 활동에 나선다. 앞서 지난 2월 하이브 역시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잡고 미국 기반 글로벌 보이그룹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브는 아티스트 발굴과 트레이닝, 팬 콘텐츠 제작 등을 맡고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음악제작과 글로벌 유통,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한다.

K팝 제작 노하우를 살리면서 타깃 시장에 맞는 국적의 멤버와 언어를 채용해 ‘현지 밀착력’을 높인 ‘K팝 한류 3.0’ 전략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2~3년간 국내 기획사들은 일본·중국·필리핀 등 아시아권 현지에서 ‘한국인·한국어 없는 K팝 그룹’을 꾸준히 제작해 성공 사례를 내왔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쇼비티가 2018년 데뷔시킨 필리핀 5인조 보이밴드 SB19는 지난 4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올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과 경쟁하는 등 성과를 내며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JYP 소속 걸그룹 니쥬 역시 K팝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니쥬가 지난달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2집은 앞선 데뷔 음반에 이어 오리콘 등 현지 차트 1위를 휩쓸며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B19와 니쥬는 전원 현지 국적 멤버로 구성돼 해당 국가 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두 한국 기획사에서 한국식 트레이닝을 받아 K팝 스타일의 음악과 안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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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쇼비티가 2018년 데뷔시킨 필리핀 5인조 보이밴드 SB19는 지난 4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올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과 경쟁하는 등 성과를 내며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쇼비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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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니쥬 역시 K팝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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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성공 사례들 모두 K팝 특유의 육성 시스템이 근간이 됐지만 성패를 가른 것은 ‘현지 밀착력’이었다. K팝에 대한 친숙도, 한국 대중문화 영향력이 큰 아시아권에서는 국적과 언어 등으로 ‘현지 밀착력’을 손쉽게 장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기획사 주도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보다는 아티스트·프로듀서 개인 역량이 중심이 되는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새롭지만 낯선 문화’로 취급되는 K팝이 어떻게 ‘현지 밀착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성공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룹 결성에서의 다양성 추구, 육성·활동 과정에서의 노동권 존중 등을 통해 미국에 특화된 현지화 전략을 새롭게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SM은 오디션 계획을 밝히며 참가 조건을 “전 세계 13~25세 남성 누구나 지원 가능”이라고 밝혔다.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 시장 특성에 맞게 국적·인종면에서 다채로운 보이그룹 결성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지금까지 K팝 현지화 전략에서 핵심이던 ‘현지 국적 멤버’라는 조건이 미국 시장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미국 내에서도 소수자 커뮤니티가 주목하는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멤버 구성은 미국 내 많은 집단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보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팝 특유의 장시간·고강도 트레이닝 시스템 역시 미국 문화와 규정에 맞게 재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K팝의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가능케 하는 고강도 훈련 시스템을 국내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시킨다면, 특히 멤버 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될 경우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며 “아티스트의 노동권·건강권을 보다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쪽으로 현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곡과 안무 등 콘텐츠 차원에서의 ‘K팝다움’은 미국 시장에서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교수는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춰 팝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를 추구한다면 원 디렉션 등 현지 보이그룹과 차별화되기 힘들다”며 “음악적 측면에선 외국 작곡진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한 성격을 이어가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미학·패션·군무나 멤버들 간의 관계성 등 K팝만의 개성을 살리는 형식의 현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 역시 “싱어송라이터나 프로듀서진을 통해 곡이 제작되는 기존 팝 시장과 달리 ‘송라이팅 캠프’를 통해 여러 명의 작곡·작사진이 체계적으로 협업하는 K팝 스타일의 곡 생산 공정이 미국 시장에서도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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