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철광석값 ‘복병’
열연·후판값 올라 가전·조선 타격
단가 반영 어려운 중기 경영난
철광석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철강재 가격이 국내 제조업 경기 회복에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물론 업황 회복기에 접어든 가전업계나 조선업계 마저 원가 상승으로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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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생산라인을 최대로 돌리는 가운데 일부 수출물량을 내수 시장으로 돌리면서 국내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이에 고로 보수기간 조정을 통한 단기 물량 조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철강협회는 11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한국철강협회 회의실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회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변영만 신임 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참석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와 철강협회가 철강 시장 상황 긴급 점검에 나선 것은 철광석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t당 212.2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각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건설과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주요 산업의 부담이 되고 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자동차 1대 당 철강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약 5% 수준이다. 지난 7일 기준 자동차 차체와 주요 부품의 소재로 쓰이는 유통가격은 50.7% 올라 110만원 선에 올라섰다. 전세계적 수급난이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를 웃돈을 주고 구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또다른 원가 인상 요인으로 대두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과 6개월 단위로 가격 협상을 하기 때문에 최근 철강재 가격 인상폭이 바로 원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선박 신규 발주로 회복세에 있는 조선업의 경우 부담이 더 크다. 조선용으로 주로 쓰이는 후판 가격은 6개월 전에 비해 59.1%나 올라 톤당 110만원을 기록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업체는 포스코, 현대제철과의 가격 협상에서 톤당 10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지금 시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년 코로나 때 중단됐던 수요가 일부 이연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후판 등 원가부담과 같은 변수가 커질 경우에는 올해 하반기에 다시금 작년처럼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가전제품에 컬러강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전업계와 아파트 분양 활성화로 건자재 수요가 늘고 있는 건설업 역시 철강 제품 가격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컬러강판의 원자재가 되는 열연 강판 가격은 반년 전에 비해 54.9%나 올랐고 철근과 H형강 등도 30%대의 가격 인상 폭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배경은 수요 확대에 있는데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원가 부담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올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철강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가전제품 가격이나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는 철강재 가격 인상이 곧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고나면 자재비가 오르지만 물량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납품가 인상은 꿈꿀 수도 없다”며 정부 대응을 요청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 왔다.
문제는 철강재 가격 상승이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단기 처방으로 잡히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철강업체에 가격 동결을 강요할 수도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제품 대리점들이 가격이 상승할 것을 예상해 물건을 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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