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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000억 잭팟" '떡잎' 알아본 이재웅…"더 많은 젊은 창업가 생겨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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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전 쏘카 대표,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대표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

"더 많은 기업가 후배가 용기갖고 창업해 세상 바꾸는 계기 되길"

뉴스1

이재웅 전 쏘카 대표 2019.12.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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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31세의 나이로 5000억원 규모의 엑시트(투자금회수) 신화를 쓴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대표가 스타트업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초기 투자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그와의 일화를 공개해 이목을 끈다.

11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운영사 래디쉬미디어의 매각 소식을 축하하며, 이승윤 래디쉬미디어 대표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승윤 대표가 이끄는 래디쉬미디어는 이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000억원에 매각됐다.

이재웅 전 대표는 이승윤 대표에게 초기 투자금을 지원한 투자자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첫 인연을 맺고 멘토-멘티로 관계를 이어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 철학, 경제학 전공한 이승윤 대표가 글로벌 금융사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하고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데도 이 전 대표의 조언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2013년 당시 23세였던 이승윤님은 세상을 바꾸는 미디어 플랫폼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장 사업에 대한 확신이나 아이디어는 없는 대학생이었다"며 "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 많고 열정 많던 그 청년은 저와 선배 기업가들의 설득에 넘어가 1년 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고 운을 뗐다.

'미디어 혁신'과 '민주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승윤 대표는 지난 2014년, 전(前)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를 공동 창업한 다니엘 튜더와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라인'(Byline)을 창업한다.

바이라인은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개인화된 신문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이 전 대표와 '집 없는 억만장자'(집을 소유하지 않고 호텔에서 생활해 붙여진 별명)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바이라인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인터내셔널'의 전화 도청사건을 기사로 다뤘는데 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었던 영국 언론인 리베카 브룩스 측이 '기사 삭제' 압박을 가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전 대표는 "미디어는 혁신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고, 승윤님같이 그 분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득이 주효했다"며 "(바이라인은) 이용자가 매체가 아닌 저널리스트를 구독하는 모델이었는데 지금은 뉴스레터등으로 일반화된 모델이지만, 당시에는 조금 일렀던 것 같다. (이후 이승윤 대표는) 영국에서 회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팀을 새로 꾸리고 모델을 완전히 피벗(사업전환)한 것이 지금의 소설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래디쉬"라고 소개했다.

언론 스타트업의 스케일업(확장성)에 한계를 느낀 이승윤 대표는 '저널리즘'에서 '웹소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넷플릭스'(영상)와 '스포티파이'(음악)가 독창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출판 시장에서도 유사한 태동이 나타났다. 그렇게 2016년 2월 '래디쉬'가 빛을 보게 된다.

래디쉬미디어의 사업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전 대표는 "래디쉬도 처음부터 잘 됐던 것이 아니고 몇 년간을 인력문제에 시달렸다"며 "비즈니스모델도 크라우드 소싱모델에서 지금의 넷플릭스형 모델로 바꾸기까지 승윤님의 고민과 어려움은 사업을 하라고 했던 저를 원망하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 전 대표는 "(래디쉬미디어는) 아마 지난 7년여 세월 동안 모든 스타트업이 20년 동안 겪을 문제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약 2년전에 '드디어 모델이 작동한다. 직접 뜯어보고 연구해서 작동하는 공식을 찾았다'고 흥분해서 연락해온 승윤님 목소리"라고 말했다.

래디쉬미디어는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미리보기형 소액결제'(기다리면 무료지만 돈을 내면 다음 화를 미리 볼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을 일찌감치 플랫폼에 도입했다. 그러나 회사가 본격적으로 몸을 키우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서비스에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방식'과 게임업계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도입하면서다.

이 전 대표는 "드디어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카카오와 힘을 합해 (이승윤 대표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의 책임을 맡게 됐다. 워밍업 끝내고 이제부터 본 게임인 셈"이라며 "첫 투자자이자 파트너로서 이제는 승윤님과 래디쉬의 여정을 같이 하지는 못하게 돼 한편으로는 아쉽다. 하지만 승윤님의 첫 챕터를 7년여동안 같이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다음 챕터에서는 더 큰 그림을 새로운 파트너들과 멋지게 그려주실 것으로 믿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소식이 좀 더 많은 젊은 기업가 후배들이 용기를 갖고 창업하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이승윤 대표는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며 화답했다. 그는 "제가 굉장히 미숙해서 다른 창업자들보다 사업이 완전히 무너질뻔 한 적이 정말 여러 번이었다"며 "사실 대학교 졸업하기 1년 전 이재웅님을 만난 것을 굉장히 원망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재웅님께서 어떤 사업이든 본궤도에 오르려면 7년은 적어도 걸리니, 오래할 수 있는 사업을 하라고 조언을 주신 게 기억난다. 이제 딱 공교롭게 7년이 지났다"며 "아직 본 궤도에 들어가진 모르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본 게임'이 시작된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스스로 씩씩하게 부닥치면서 잘 해결해보겠다. 항상 해준 것처럼 정말 황당한 길로 갈 때 앞으로도 (방향을) 알려주시고 (하면) 정말 감사드리겠다"고 마무리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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