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장관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지시… 수사팀에 압박으로 작용할 듯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혐의 사건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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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2019년 3월 발생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같은 해 6월 발생한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한 수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뜻밖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소된 이규원·차규근, 수사받던 이광철·윤대진 外… 이성윤 공소장에 깜짝 등장한 조국·박상기 두 전직 장관앞서 수원지검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2019년 3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기재해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청에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하고, 서울동부지검의 가짜 내사 사건번호를 적은 승인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혐의 등으로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또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일 오전부터 같은 달 22일 오후까지 170여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고 이 검사의 긴급출금 요청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인해준 혐의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기소했다.
그리고 2019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는 물론 '기획수사' 의혹 전반에 연루된 혐의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2019년 6월 이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려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막은 혐의로 수사해왔다.
그런데 공수처로부터 이 지검장 사건을 다시 재이첩받은 검찰이 12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에 2019년 6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국장을 통해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당시 안양지청 지휘라인에 '수사를 중단하라'는 외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시를 한 정황이 담긴 사실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사팀, 이성윤 지검장이 출국금지의 불법성 인지했다고 판단…수원고검장·문무일 총장으로의 보고 막고 '수사 중단' 외압공개된 이 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이 이뤄진 2019년 3월 23일 이른 아침부터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검사가 불법적으로 사용한 서울동부지검 내사 사건번호를 추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부하 검사에게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조치의 적법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이 지검장은 이미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사후 수습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검사의 범죄 혐의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돼 문 총장의 승인 하에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경우 자신의 관여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을 우려해 이 검사와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안양지청이 이 검사를 입건해 수사하겠다는 보고를 수원고검장이나 문 총장에게 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직접 배 전 차장에게 전화해 안양지청 검사들이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지검장은 수사 외압을 이겨내지 못한 안양지청으로부터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정보 누설 혐의와 관련된 수사의뢰 대상자 모두를 불기소처분하겠다는 취지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차후에 자신이 부하 검사를 통해 안양지청이 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보고하는 것을 막고 수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안양지청 스스로 수사 중단을 결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게 문홍성 당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을 통해 안양지청의 보고서에 긴급출국금지 관련 내용도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안양지청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앞서 작성된 보고서와 이 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수정·작성한 보고서 2개를 모두 형사사법포털(KICS·킥스)에 등재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검찰이 적용한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이현철 안양지청장이 관련 지침에 반해 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사실을 수원고검장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이현철 지청장과 배용원 차장검사 등 안양지청 지휘라인을 통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이 이 검사와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범죄 혐의 수사를 못하게 막고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최종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한 것이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을 기소한 다음날인 13일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3명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에 대해 공수처법 제25조 2항이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일단 세 사람의 신분은 피의자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전 치정창이나 배 전 차장검사의 경우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다. 다만 형법상 상사의 위법한 지시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어, 상사의 명령에 따른 행위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이 검사 수사 외압은 조국, 출입국본부 직원 수사 외압은 박상기 관여한편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이 지검장 외에도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집요하게 안양지청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담겨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부터 수사보고를 받고 외압을 행사한 이 지검장 외에 비슷한 시기 또 다른 루트에서 외압이 가해진 것.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 수사 외압은 직접 불법출금을 실행한 이 검사에 대한 수사와 김 전 차관의 출국관련 정보들을 조회한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각각 행사됐다. 각각의 출발점은 이 검사 본인과 수사 대상이 된 출입국본부 직원이었고, 정점에는 조국 전 장관과 박상기 전 장관이 있었다. 두 전직 장관이 수사팀의 수사 중단 요청을 내려보내는데 사용한 공통된 창구는 윤 전 검찰국장이었다.
먼저 이 검사에 대한 수사 중단 외압은 이 검사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친분을 맺은 안양지청 수사관으로부터 안양지청이 자신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친분이 있는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이 행정관은 이를 다시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전달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규원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리고 조 당시 수석은 이 행정관이 요청한 내용을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조 당시 수석의 요구사항은 윤 국장을 통해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후 이 지청장은 앞서 이 검사에 대한 수사를 승인했던 입장을 번복해, 배용원 당시 차장과 담당 부장검사에게 "대검과 법무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하냐. 지금 상황에서는 그 지시대로 검찰총장이나 수원고검장에 대한 보고, 이 검사의 피의자 입건 및 추가 수사는 일단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의뢰한 부분(김 전 차관 출금관련 정보 유출)에 대해서만 우선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 지청장과 배 차장의 지속적인 수사 중단 요청에 결국 수사팀은 이 검사와 관련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법무부가 수사를 의뢰한 사건(김 전 차관이 자신이 아직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를 통해 파악했는지)을 마무리하기 위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관련 정보를 무단 조회한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조회를 했는지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조회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문답을 진행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검찰이 법무부가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감지한 해당 직원은 자신의 상사에게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을 전해들은 해당 상사는 즉시 차규근 본부장에게 연락해 안양지청의 조사 내용과 상황을 전달했다.
이후 차 본부장은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안양지청이 수사의뢰된 범죄 혐의 이외에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사실과 "안양지청이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고 귀가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했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다거나 귀가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차 본부장의 보고는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차 본부장이 급하게 박 장관에게 수사 상황을 전달한 것은 출입국본부의 위법한 긴급출국금지 조치 사실 등이 발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보고를 받은 박 장관은 즉각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하느냐"며 윤 국장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위를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그리고 윤 국장은 즉시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와 대검에서 협의해서 이 검사로 하여금 출국금지를 하도록 한 것인데, 왜 출국금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계속 수사를 하느냐. 장관이 왜 이런 거 계속 조사하냐고 하면서 나한테 엄청 화를 내서 내가 겨우 막았다"고 질책했다.
법무부는 또 대검의 문홍성 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에게 출입국본부 직원을 조사한 경위와 조사 내용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고, 문 선임연구관으로부터 법무부의 요청 사항을 보고받은 이성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은 문 선임연구관에게 실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문 선임연구관은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줄 것을 지시했고, 배 차장검사의 지시로 담당 부장검사는 조사경위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이처럼 이성윤 지검장과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으로부터 잇달아 수사 중단 압력을 받은 이 지청장은 결국 수사 중단을 선택하게 된다.
고민 깊어질 수밖에 없는 공수처… 직접 수사 해도, 안 해도 비난 받을 상황검찰은 13일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3명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들에 대한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아니면 사건을 다시 검찰로 재이첩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은 물리적으로 공수처의 수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 건 분명하다.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고 23명까지 검사를 선발할 수 있지만, 아직 13명밖에 뽑지 못한 상태다.
이미 김성문 부장검사 등 5명의 검사가 소속돼 있는 수사2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불법 특혜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정하고 수사를 개시했고, 수사3부에는 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최석규 공소부장을 제외하면 불과 3명의 검사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아직 부장검사가 임명되지 않아 공석인 수사1부에는 검사들도 배치되지 않은 상태다.
검사 수가 부족한데다 13명 중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이 4명에 불과해 당장 이번달 말부터 6명의 검사가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에서 4주간 위탁 실무교육이 예정돼 있다.
남은 수사 인력으로 직접 수사를 하더라도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윤 전 국장과 이 지청장, 배 전 차장검사 등 3명의 사건을 이첩했지만, 윤 전 국장이 이 지청장과 배 전 차장검사에게 이규원 검사나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하게 된 계기는 각각 조국 전 장관과 박상기 전 장관의 지시 때문이었다.
결국 직접 수사를 선택하게 되면 두 사람의 지시를 형사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이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옮겨 전달한 것이라고 해도, 당시 조 전 장관의 지위가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질책하며 경위 파악을 지시한 박상기 전 장관의 행위 역시 수사팀에겐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윤 전 국장 등 3명을 공수처로 이첩한 수원지검이 조 전 장관이나 박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향후 공수처로 두 사람의 사건도 이첩할 가능성도 남아있는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공수처가 윤 전 국장 등 3명을 수사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윤 전 국장에게 지시를 내린 조 전 장관과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야 될 가능성이 높다. 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하며 여권의 비난을 받은 공수처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상황 전개가 불가피한 것.
그렇다고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기도 고민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공수처는 이 지검장과 이 검사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보내달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반박하며 두 사람을 직접 기소했다.
이 검사를 검찰이 기소한 이후 공수처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아예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문으로 규정해 제정·공포했지만 검찰은 이 규칙 역시 공수처가 권한을 넘어 만든 것이라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공수처가 경찰로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경찰 역시 공수처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해 '공수처의 요청일 뿐, 다른 수사기관에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3명의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로 이첩하는 순간, 공수처는 더 이상 사건에 관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입장에선 직접 수사를 선택해 윤 전 국장의 윗선까지 원칙에 따른 수사를 벌일 경우 청와대나 여당에 큰 부담을 안기며 여당 지지자들로부터의 비난을, 수사를 피할 경우 '고위공직자'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라는 설립 취지를 몰각했다는 야당 지지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수사팀 핵심검사 빼냈던 박범계 장관, 이번엔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로 수사팀 압박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에 대한 진상조사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시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공소를 제기하기 전에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할 것이 요건이기 때문에 해당 공소장 편집본이 외부로 유출된 시기가 이 지검장에 대한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되기 전일 때 문제될 수 있다.
과거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주요 사건의 경우 기소 이후에 공소장이 공개되는 게 통상이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9년 9월 법무부 훈령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 제17조(예외적 공개 시 유의사항) 4항은 '형사사건에 관한 압수·수색영장, 통신제한조치허가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허가서, 체포·구속영장 및 그 청구서와 공소장 또는 불기소 결정서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공소장의 원칙적 비공개를 규정하고 있다.
공소장이 이 같은 규정에 반해 유출됐다면 감찰 대상이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안양지청에 대한 수사 외압의 배후에 이 지검장 외에 조국 전 장관이나 박상기 전 장관이 등장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 지시 대신 수사팀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는 공소장 유츨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이 과연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적절한 처신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창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진상조사 대상이 돼버린 수사팀으로서는 '수사 확대를 자제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12일 공수처가 이 지검장과 이 검사에 대한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원지검이 요청한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 2명의 파견 연장 승인을 불허했다.
당시 수원지검에서는 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 외 4명의 검사가 각 2명씩 2팀으로 나뉘어 '불법적인 출국금지'와 '수사 외압' 투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박 장관이 파견 연장 승인을 불허해 원 근무지로 복귀시킨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는 이중 '불법출금'과 관련된 수사를 맡아 각각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수사팀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와 4차례 소환조사를 마친 이 검사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검토하고 있던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박 장관은 '다른 검사로 대체가 불가능한 인력'이라는 수원지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심검사 2명을 수사팀에서 빼면서 원래 이들이 소속된 검찰청의 '업무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법무부가 검사 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말 제정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 '제2조(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원칙) 2항은 '검사 직무대리의 최장 기한은 3개월로 하고, 3개월을 초과하는 검사 직무대리 발령은 해당 직무의 내용, 검찰청별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수사의 규모나 난이도, 중요성에 따라 3개월은 물론 그 이상의 파견 근무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박 장관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와 협의 없이 파견 명령을 한 뒤 계속 갱신하려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등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유를 언급하며 한창 수사 중인 검사들을 수사팀에서 빼냈다.
때문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명백한 수사 방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다음 인사에서 수원지검 수사팀이 공중분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 장관의 지시로 진행될 이번 진상조사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총장에 임명된 뒤 단행될 검찰 인사가 남은 이번 수사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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