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윤 전 총장 본인은 명확하게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이른바 '뜸' 들이고 있는 윤 전 총장. 뜸 들이기 속에 언듯언듯 보인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정리한다.
1. 사퇴 작심 발언 "헌법정신·법치 파괴돼"
윤 전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지지율 선두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부터였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처분을 받았고 이를 놓고 법적인 다툼도 벌였다. 추 전 장관 퇴임 이후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로 여권과 충돌했다.
지난 3월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2021.3.4. 이충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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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3월 4일, 윤 전 총장은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퇴 직후인 지난 3월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4%로 1위를 기록했다.
2. 재보선 앞두고 "권력 악용 탓 선거 다시 치러"
사퇴 후 윤 전 총장은 정치판의 핵으로 등극했다. 여야 모두 윤 전 총장의 거취를 주목했고 '윤석열 대망론'이 퍼졌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LH 사태를 비판한 이후로 공식 행보를 갖지 않았다. 잠행 중 야권에선 윤 전 총장에 러브콜을 보냈고 지지자 모임인 '윤사모'는 '다함께자유당'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 원로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침묵을 깬 건 4.7 재보선이었다. 선거를 앞둔 3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고 했다. 이어 사퇴 후 첫 공개 일정으로 4.7 서울시장 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투표장에 나온 윤 전 총장은 '첫 공개 행보를 사전투표로 선택한 이유', '국민의힘 입당 의향'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3. 정책 공부중?…"소주성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
사전투표 이후 윤 전 총장은 경제, 외교·안보, 노동,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고 자영업자는 국가의 기본인 두꺼운 중산층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의 자영업 종사자가 1000만 명이나 되는데 이들이 취약해지면 중산층 형성이 어렵고 한국 사회의 안정과 성숙이 어려워진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4. "5.18, 어떤 형태의 독재든 강한 저항 명령하는 것"
지난 16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은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고 했다. 이어 "어떠한 형태의 독재나 전제든, 이에 대해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5.18 묘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비겁하게 숨어서 메시지나 날리지 말고 당당하게 링에 올라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너무 단순한 것 같다"며 "광주를 독재와 저항으로만 볼 것이냐"고 했다.
5. 야권서 ‘플랜B’ 거론되기 시작
한편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뜸들이기'가 길어지면서 '플랜B'를 내놓아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붙잡았다"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언론인터뷰에서 대선주자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띄웠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문재인 정권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을 거론했다.
[이석희 기자/이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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