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1분기 당기순익 1029억 9.7%↑
반면 씨티은행 482억원으로19.4% 역성장
NIM악화, 구조조정, 규제는 공통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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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등 악화된 영업환경에서 선방한 SC제일은행과 달리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외친 씨티은행은 주요 수익지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다만 소극적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날로 심해지는 금융 산업 규제는 두 은행에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1029억원, 482억원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91억) 신장한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116억원이 줄어들며 19.4% 역성장했다. 이자수익 역시 SC제일은행은 126억원(5.46%) 증가한 2432억원을 거뒀지만 한국씨티은행은 272억원(-11.70%) 감소한 2052억원에 그쳤다. 2019년 1분기(각각 743억·601억)와 비교해도 두 은행의 실적 차는 뚜렷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역성장은 눈에 띄게 가파른 모습이다. 2019년 말 2494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1877억원으로 떨어졌다. 비용 차감 전 이자수익도 1조3572억원에서 1조895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양호한 성과를 낸 SC제일은행도 연말 기준으로 보면 다소 둔화됐다. 당기순익은 2487억원으로 전년 대비 627억원, 이자수익은 1조6233억원에서 1조4371억원으로 1862억원 위축됐다.
비이자수익은 두 은행이 나란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10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9% 감소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여줬지만 외환 트레이딩 부문이 전년보다 주춤하면서다. 이 기간 한국씨티은행도 985억원에서 848억원으로 13.9% 줄어들었다.
두 은행은 특히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NIM은 운용자금 한 단위당 이자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개념이다. 2018년 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NIM은 각각 1.45%, 2.47%였지만 2년 만에 1.23%, 2.05%로 떨어졌다. 올 1분기에는 SC제일은행이 1.17%를 찍었고, 한국씨티은행은 2% 선이 무너지며 1.94%를 기록했다.
소극적 구조조정, 정부·당국 규제는 공통 '리스크'
이는 NIM 악화와 코로나19 악재에서도 최대 실적을 낸 국내 시중은행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8% 증가했다. KDB산업은행의 비경상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지만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당기순이익만 놓고 봐도 12.8% 늘어 외국계 은행을 웃돌고 있다. 1분기 NIM도 1.43%로 0.05%포인트 상승하며 2019년 1분기 이후 이어진 하락세가 멈췄다.
국내 은행과 달리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빠르게 줄이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해 퇴직한 이는 2515명에 달한다. 전체 임직원도 7만6165명으로 전년 말(7만7645명)보다 1480명(-1.9%) 줄어 323명이 퇴직한 직전 연도보다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52명(-1.23%), 23명(-0.69%) 줄어든 것에 그쳤다.
잇따른 국내 저금리 기조와 핀테크 업체와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도 크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해 “마이데이터 도입, 오픈뱅킹 확대, 거대 정보통신(IT)기업의 약진이 예상돼 은행업의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냄으로써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영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배당성향 제한이나 이익공유제처럼 정부와 당국 발 금융규제와 간섭이 심각해지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금융위원회의 배당성향 20% 결정 권고에 씨티은행을 포함해 대부분이 따라야 했다. 법정 최고금리인하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서민금융법 등도 실현됐거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은행들은 대체로 철수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았다"며 "각종 규제와 경쟁으로 한국에서는 크게 수익이 나지 않을 거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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