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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너도나도 예·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가 연 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 이자 수익에 의존하는 고령층 등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팍팍해질 전망이다. 반면 은행에 일시적으로 예금하는 '요구불예금'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르면 이달 안에 '우리200일적금'의 기본금리를 현행 연 1%에서 0.8%로 0.2%포인트 내릴 방침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고정된 가운데 이 적금은 시중은행 중 몇 남지 않은 기본금리 1%대 상품이었는데 이 통장마저도 제로금리 통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카드 사용 등 은행 거래 실적이 우수한 사람에게는 추가 우대금리(1.3%포인트)를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0%대 금리가 적용된다.
올 초 우리은행은 '우리SUPER정기예금' 이율을 약정 기간에 따라 0.1~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원래 우대금리 없이 기본금리가 0.9%였는데 0.65%로 낮아졌다. 고령층을 위한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우리예금'도 기본금리를 기존 0.55%에서 0.3%로 낮추면서 최고 금리가 0.7%로 주저앉았다.
다른 은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1년 기준 최고 금리가 연초에는 0.95%였으나 지난 4월 0.85%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등 4개 상품 금리를 0.05~0.1%포인트씩 내렸다. 이에 따라 주요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기존 1.3%에서 1.2%로 0.1%포인트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예금은 1% 금리를 주지만, 시중은행은 이제 거의 모두 0%대 예·적금이라고 보면 된다"며 "국내외 증시 호황으로 은행 예·적금 잔액이 줄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불예금이 워낙 많아 주요 은행이 예금 이자를 높이면서까지 고객을 모으고 있지 않으므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654조8458억원이다. 4월 말(626조4790억원)과 비교해 불과 2주일 새 28조3668억원(4.5%) 급증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것은 최근 다른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자금이 은행에 묶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3일 기업공개(IPO) '최대어' 중 하나였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는 청약증거금이 환불되면서 그대로 은행에 머물러 있다. 또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하면서 일단 투자 시장을 관망하자는 심리도 강하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엔 '효자 상품'이다.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원가성 상품' 혹은 '핵심 예금'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면서 쌓인 요구불예금은 은행에는 축복이지만 투자자들에겐 재앙"이라며 "그사이 시장금리를 쫓아가는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은행은 예대금리 차이로, 최근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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