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등 사실상 해체해야 vs 문제 본질 아냐
27일 당정 협의만 남아…주거복지 등 차질 우려도
LH 본사 전경. LH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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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이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직원 수 9500여명, 자산규모 184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시장의 공룡 기업이자 '큰손'인 LH의 조직과 업역 변화, 더 나아가서는 존속 여부에 따라 올해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어서다.
LH는 연초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으로 연초부터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최근 매입임대 주택의 매입과정에서 전·현직 직원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적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H 혁신안의 대략적인 구성을 끝낸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혁신안의 방향은 물론, 전반적인 구성이 끝났다"면서 "일부 디테일한 부분의 정리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혁신안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고, 여당 등 정치권과의 조율이 남은 상태"라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일부에서 지주사 전환 등 추측성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보도대로 100%는 아니다"고 했다.
앞서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LH 쇄신안을 마련한 뒤 당정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며 혁신안 발표가 임박했음을 전했다. 이후 언론에서는 LH의 혁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LH 사태' 발생 이후 Δ과감한 혁신(쇄신) Δ주택 공급의 일관 추진 Δ주거 복지 강화를 기조로 LH 혁신안을 검토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우)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좌). © News1 송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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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LH의 해체 혹은 해체 수준의 쪼개기가 불가피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3월 'LH 사태'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데다, 최근 주거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실행하는 매입임대 사업에서조차 부조리가 보도되면서 더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회자하는 혁신안은 먼저 LH를 기능별로 쪼개 지주사가 임대주택 공급을 맡고 별도 2개 자회사가 토지 공급과 주택 건설을 각각 맡는 것이다. 다른 안은 LH의 100%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에 임대주택 업무를 이관한 뒤 이 기관을 분리해 LH의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 등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관계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최근 언급했듯, LH는 일벌백계(一罰百戒·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로 다스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거센 분노에 역풍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심혈을 기울였던 주거복지 로드맵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매입임대 주택 사업에서까지 부조리 의혹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을 꾸준히 늘려온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시각이다. 매입임대는 공공이 도심 내 주택을 구매해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주거복지 정책이다.
다른 여당 관계자는 "잘못하다간 LH뿐만 아니라 정책을 펼쳤던 정부까지 공멸의 길로 갈 판"이라며 "이제는 도리가 없다. 국민의 분노를 달래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을 들고 나서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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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문제의 본질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LH 사태를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인 정보독점과관리부실 등을 해결하기보다 국민적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조직 해체'라는 모습만 노렸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비효율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본래 L(한국토지공사)과 H(대한주택공사)가 합쳐질 때 경영효율이 주 명분이었다"면서 "이번에 지주사 전환 방식으로 혁신하더라도 불필요한 절차와 조직의 발생 등 역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LH가 1기 신도시 조성 이후 수십 년간 쌓아온 도시 개발계획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는 원스톱 노하우를 사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LH의 개발계획부터 사후 관리까지 축적된 원스톱 노하우는 국가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며 "이런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LH는 주로 중남미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신도시 개발에 관련 노하우를 수출하거나, 이전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 진출을 돕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외에도 '교차보전' 방식으로 주거복지를 위해 투입되던 공공의 자금이 그대로 부채 폭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H는 그동안 택지개발 등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적자사업이지만 주거복지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공공 임대에 투자하는 교차보전 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기능이 분할될 경우 이러한 구조가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LH 혁신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정책 의원총회와 27일 국토교통위원 당정 협의를 예정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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