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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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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 포함한 北 비핵지대화···정의용 "한국과 입장 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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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한반도 비핵지대화' vs 韓·美의 '한반도 비핵화'

정의용 "(두 개념에) 큰 차이 없어"

'한반도 비핵지대화'엔 '주한미군 철수' 등도 포함

비핵화 협상 재개 시 본질 흐려질 우려

중앙일보

정의용 외교부 장관(가운데)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5일 외교부에서 대통령 방미 성과를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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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개념에 대해 한국의 입장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 한국 외교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비핵화 협상은 결국 ‘비핵화’의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가 핵심인데, 정부가 북한과의 조기 대화 재개만 앞세우다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장관의 발언은 25일 한ㆍ미 정상회담 관련 성과를 설명하는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나왔다. 북한 비핵화의 목표를 규정하는 서로 다른 용어 간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정부가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사용하고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대해 정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때부터 사용했다"며 2018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싱가포르 합의에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쓰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즉 북한식 표현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ㆍ미가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와 다른 함의를 지닌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견해다.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라고 할 때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은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에 대한 핵 전략자산 전개까지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7월 당국 차원의 메시지 중에서도 가장 급이 높은 '정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조선반도 전역 비핵화를 위한 5개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엔 '한반도에서 핵 사용권을 가진 미군의 철수', '남한 내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철폐 및 검증' 등이 포함됐다. 한·미가 한국 내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금지는 물론 기지 검증까지 응해야 자신들도 비핵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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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6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발표한 정부 대변인 성명 중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조건. 표는 기자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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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영문본 번역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 개념을 시사했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판문점 선언 3조 4항에 대해, 남북이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영문 번역본은 '(중략) through complete denuclearization, 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라고 명시해, '핵 없는 한반도'로 표기했다.

반면 사전에 북한 당국이 발표한 영문 번역본에는 'nuclear-free zone', 즉 '비핵지대'로 만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90년대 초 비핵화 협상 당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했고, 한ㆍ미가 그 표현이 갖는 함의 때문에 반대하며 결국 관철시킨 개념이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한은 이때부터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수용하면서도 내용상으로 '비핵지대화'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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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다가가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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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본인의) 비핵화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이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도 결국 북한의 '비핵지대화' 개념과 결이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우려마저 있다.



논란이 일자 정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합리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중국 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한ㆍ중 간 특수관계에 비춰 우리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 왔다"고 답했다. 보편적으로 다뤄야 할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 간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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