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규모 훈련 어렵다”
한미 軍 당국은 신중한 입장표명
남북·북미대화 카드로 쓸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거처럼 많은 병력의 대면훈련은 어렵다며 한미 협의를 통해 훈련 시기·방식·수준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연합훈련 취소내지 연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한미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부는 27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 시기, 규모,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는 코로나19 상황과 전투준비태세 유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26일(현지시간) “군사적 준비태세는 장관의 최우선순위”라면서 “연합훈련은 동맹의 연합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어 “훈련 규모와 범위, 시점에 대한 어떤 결정도 이러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양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앞세우긴 했지만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불씨가 되살아난 상황에서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조정·축소를 남북·북미대화 재개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미 측도 북미관계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국군 55만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협상과 코로나19를 감안해 중단된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작년에 이어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 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이 남북·북미대화에 호응한다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연합훈련 축소·조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겠지만, 무력시위에 나선다면 오히려 연합훈련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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