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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대리점 갑질·황하나에 불가리스 논란까지...남양 오너일가, 지분전량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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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정혜윤 기자]
머니투데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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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전격 매각됐다.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이상 경영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대리점 물량밀어내기 갑질을 비롯해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등 잇따른 사건·사고에도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뼈를 깎는 경영 쇄신에 나서기보다는 불통 경영을 고수하다 결국 '불가리스 논란'으로 결정타를 맞아 창업 57년 만에 회사를 팔게 됐다.

남양유업은 27일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앤코 19호 유한회사는 홍 전 회장을 비롯해 부인인 이운경씨, 손자인 홍승의씨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보통주 37만8938주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07억원이다. 선행조건이 완료된 후 13 영업일이 되는 날이나 합의한 날에 대금을 지급하고, 합의가 없더라도 오는 8월31일 전에 계약이 완료된다.

앞서 홍 전 회장은 불가리스 코로나19(COVID-19) 효과 논란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꾸려진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너일가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홍 전 회장의 모친인 지종숙 이사와 장남인 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회장 본인은 이사직을 유지하며 반전을 모색해왔지만 나빠진 여론은 회복되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의 지분 매각은 현 오너 체제로는 경영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돼 세종공장이 2개월 영업정지 위기에 놓여있다. 또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외면과 함께 대리점 소유주들의 원성을 사는 등 외우내환에 시달려왔다.

과거 '나쁜 기업' 이미지가 소비자에 각인된 것도 회복하기 힘든 배경으로 손꼽힌다. 2013년 대리점 물량밀어내기 갑질 사태로 치명상을 입은 남양유업은 이후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의 집행유예 중 마약 투약 혐의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불매기업으로 낙인찍혔다.

또 홍 회장은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고, 광고대행사에 경쟁사인 매일유업 비방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등 무리한 경영판단을 해왔다는 평가다.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류를 분석하고 관계자 10여명을 조사 중이다.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관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사건·사고에 대한 남양유업의 대응을 보면 적극적으로 사과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자사 입장만을 강조해 오히려 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무리한 판단과 고집에 따라 대응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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