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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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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온도·습도·바람을 만나 오월에 피어나는 ‘부여의 향’ [지극히 味적인 시장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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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오일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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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는 ‘원목 표고’ 수확과 함께 봄이 끝나…식감보다 향으로 즐기는 표고, 향에서 원목과 배지 차이 두드러져

시장에 고구마순이 보인다는 것은 곧 여름이 온다는 신호다. 감자는 씨감자를 심지만 고구마는 모종을 심는다. 5월과 6월 사이에 고구마 모종을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슬슬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어디로 갈지에 대한 고민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는 농산물 작기와 작목이 바뀌는 시기. 끝물과 첫물이 교차한다. 뭐가 있으면서도 없는, 그런 애매한 때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충남 부여를 선택했다. 부여의 봄은 원목 표고버섯 수확과 함께 끝나기 때문이다. 부여가 전국 표고버섯의 7% 정도를 생산한다. 전남 장흥과 함께 대표적인 원목 표고 생산지가 부여다. 참고로 양송이버섯은 전국 생산량의 57%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인 5월19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여로 떠났다. 부여장은 5와 0이 든 날에 열린다.

원목 재배 버섯은 봄가을에만 수확할 수 있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버섯이 자라지 않는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습도에 바람이 더해져야 좋은 버섯이 많이 나온다. 표고버섯 재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원목과 톱밥으로 하는 배지가 있다. 톱밥에서 재배하는 배지 방식은 환경을 조절하면서 1년 내내 수확한다. 원목처럼 봄가을이 따로 없다. 환경이 같으니 균일한 품질이 가능하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1년 내내 표고버섯을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이 일정하다 보니 겉보기는 좋아 보인다. 표면이 깨끗하고 깔끔하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모양새다. 원목 재배는 절단한 참나무에 구멍을 뚫어 접종한다. 충청남·북도를 지날 때 벌목한 산을 가끔 본다. 표고버섯 재배를 위한 벌목이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두고는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배지 재배는 6개월이면 수확한다. 상식적으로는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원목이 비쌀 듯싶지만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쪽은 시간을, 한쪽은 시설비에 온도 조절 비용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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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오일장에서 만난 제철 먹을거리, 버섯이다. 유별난 재주를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조리한 버섯덮밥. 먹으면 입안 가득 버섯향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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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표고버섯을 먹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원목이 맞다. 표고는 향으로 먹는 버섯이다. 새송이나 느타리버섯 계열은 향보다는 식감이다. 원목과 배지는 향에서 차이가 난다. 원목 버섯은 향이 강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향이 나온다. 반면에 배지는 향이 약하다. 시설에서 재배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맞추어 재배하기 때문이다. 향이라는 게 본디 어려움을 이겨낸 것이 강하다. 매일매일 변하는 온도와 습도를 이겨낸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다. 표고버섯은 수확한 후 말린다. 저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리면 향이나 맛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모양에 따라 백화고, 흑화고, 동고, 화고로 나눈다. 순서대로 가격이 낮아진다. 백화고를 최고로 치고 가격이 가장 비싸다. 하얀색에 등이 예쁘게 갈라져 있다. 선물하기 딱 좋은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딱 거기까지만. 실제로는 맛이나 향에서 등급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지갑 사정에 따라 고르면 된다. 필자는 돈이 있어도 굳이 백화고를 사지 않는다. 모양새에 따른 가격 차이를 맛에서 구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 버섯이 어느 정도는 있겠다 싶었지만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딱 한 군데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바구니 두 개를 두고 원목과 배지 두 가지를 같이 팔고 있었다. 당연히 선택은 원목. 갓이 피고 모양새가 좋지 않아도 씹는 맛이 있다. 같이 간 이는 버섯에 대해 잘 몰랐어도 향이 진함은 바로 알아차렸다. 두 가지를 옆에 두고 향을 맡아보니 다름을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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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네 김밥에는 간장에 볶은 표고와 유정란 지단이 듬뿍…천년 고찰 무량사 앞 식당서는 덮밥과 구이, 묵으로도 만들어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 땅을 파는 곳마다 유물이 쏟아지는 터라 개발이 다른 지역보다 느리다. 부여 읍내 한가운데에 정림사지가 있다. 또 그 옆에 표고농부네김밥이 있다. 원목 재배하는 농부가 운영한다.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서 달걀과 표고는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첫날에 이곳저곳 구경하다 천천히 갔더니만 재료 소진. 휴일인 부처님오신날이라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다음날 장터 구경 끝내고 가니 몇 팀 대기 중. 표고버섯 김밥을 주문하고 잠시 서 있었다. 매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외에도 미리 전화 주문한 이들이 바쁘게 오간다. 김밥 싸는 모양새를 보니 그러할 듯싶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간장에 볶은 표고버섯이며 유정란 지단도 듬뿍 들어간다. 다만 당근 양은 조금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당근 향이 표고버섯 향을 밀어낸다. 재료가 좋으니 김밥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다음에 가면 매운 표고버섯 김밥과 멜론 장아찌 김밥도 먹어볼 생각이다. 표고농부네김밥 (041)833-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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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재배를 하는 농부는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김밥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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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도 여행 첫날 먹지 못했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먹지를 못했다. 표고버섯 덮밥과 구이를 하는 곳이다. 식당 위치는 사찰 입구. 부처님오신날에 모여든 인파를 보고는 바로 철수했다가 이튿날 호젓하게 맛을 즐겼다. 앞서 언급한 표고버섯 김밥처럼 지역에서 나는 것을 참으로 편하게 낸다. 특산물 메뉴 개발한다고 의례를 하지 않고 먹던 음식에 응용했다. 구이는 말 그대로 버섯을 기름에 구워내고는 소금 솔솔 뿌린다. 먹으면 버섯 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덮밥은 표고버섯과 다른 버섯을 넣고 볶았다. 거기에 달걀 프라이 하나 얹었을 뿐이다. 먹으면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 같이 내는 반찬도 맛있다. 특히 표고버섯 넣고 만든 묵은 압권이다. 묵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묵은 따로 판매도 한다. 안 사면 후회할 아이템이다. 식당을 나와 천년 고찰 무량사를 한 바퀴 돌아도 좋다. 다른 사찰들은 산 중턱에 있어 등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여기는 산문과 극락전 사이가 가깝다. 덮밥이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는 점, 구이가 둘이 먹기에는 좀 많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구이가 절반만 되는 메뉴가 있으면 좋을 듯싶다. 광명식당 (041)836-5176

부여 특화 거리에 있는 국숫집 이름이 옹달샘이다. 칼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 등을 낸다. 다른 지역보다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가격이 제법 비쌌다. 비싸야 6000원이지만 다른 장터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오늘 메뉴는 잔치국수도, 칼국수도 아니고 콩국수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슬슬 콩국수 즐기기 좋은 시기지만 그날은 비가 와 쌀쌀한 편이었다. 콩국수는 땀 뻘뻘 흘릴 때 시원한 콩국 들이켜며 먹어야 제맛이지만 그래도 맛이 좋았다. 부여와 이웃한 청양에서 계약 재배한 콩을 쓴다고 한다. 콩과 소금만 넣었을 뿐인데 참으로 맛있었다. 들어갈 때 한창 무치고 있던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6000원짜리 콩국수, 국내산 콩으로 했음에도 가격이 착해도 너무 착했다. 콩국수를 먹고 있으니 장을 다 본 할머니 세 분이 들어서면서 칼국수를 주문하신다. 국수 다 먹고 나오면서 보니 칼국수에 낼 국수를 썰고 있었다. 맛을 보지 않고, 들어가는 정성을 보지 않고 싸니 비싸니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정성스레 반죽 써는 모습을 보니 맛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 다음에 온다면 칼국수다. 옹달샘 (041)835-0660

부여를 구경 삼아 가기는 처음이다. 의외로 매력이 넘친다. 박물관, 부소산성을 비롯해 볼거리가 가득하다. 구경 다닐 때마다 표를 끊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군에서 운영하는 곳을 한목에 묶어서 패스로 운영하면 좋을 듯싶다. 할인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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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6년차 식품 MD.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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