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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논썰] 36살 이준석 ‘돌풍’, 국민의힘 당 대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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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 이준석 1위…민주당 “무섭다” 반응 왜?

‘보수 혁신’ 기대 속 중진 제치고 약진…‘젊은 극우일 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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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가 28일 나왔습니다. 8명 중 본경선을 치를 5명을 뽑았는데요. 돌풍의 주인공이죠, ‘0선’ 원외 이준석 후보가 1등으로 본선에 올랐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2등, 주호영 후보가 3등을 차지했고, 홍문표, 조경태 후보도 함께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와 함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출마했던 김웅·김은혜 후보와 윤영석 후보는 컷오프됐습니다.

이제 가장 큰 관심사는 1985년생, 만 36살의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이어갈 것인가인데요. 과연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30대 원내 교섭단체 정당 대표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또 ‘이준석 돌풍’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준석은 누구이고 왜 돌풍의 주인공이 되고 있을까요? 민주당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하나하나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준석 당대표’ 탄생할까

이준석 당대표 당선,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여러차례 1위에 오르면서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당원들의 지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이 후보는 “당심이 민심과 따로 가지 않는다”며 승리를 장담했지만, 나경원 후보나 주호영 후보 등 중진 그룹에선 “두고 보자”고 했죠. 그런데, 이번 예비경선에서 당원 여론조사와 일반 여론조사를 합쳐 1위에 오른 겁니다. 대세론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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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36살 이준석 돌풍, 당대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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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표 경선 룰은 이번 예비경선과 본경선이 좀 다릅니다. 예비경선은 당원 여론조사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게 돼 있습니다. 이제 막이 오른 본경선은 당원 직접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 비율입니다. 애초 이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주호영 후보 등을 10~20%포인트 앞서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원 지지도는 아무래도 중진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죠. 32만여명 당원 중 영남권 비중이 51.3%에 이르는 등 보수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당원들이 30대에 0선인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던 겁니다.

또 하나 이번 예비경선에선 일반 여론조사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결과를 집계했습니다. 민주당 등 경쟁 정당 지지층의 이른바 ‘역선택’을 막는다는 취지인데요. 이 역시 이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런 불리한 조건을 뚫고 1위로 본경선에 오른 겁니다. 이 후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5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원 여론조사에선 31%로 32%를 얻은 나경원 후보에 불과 1%포인트 차이 나는 2위에 올랐습니다. 비록 당원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당심이 민심의 지지를 뒤엎을 정도로 이 후보와 멀리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진 거죠. 오히려 이 후보가 자신한 대로 당심도 민심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지금까지는 이 후보에게 유리한 측면이고요. 그러나 여전히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도 남아있습니다. 두가지인데요. 먼저 본경선에선 당원 여론조사가 아니라 당원 투표가 70% 반영된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는 무작위로 선택된 당원이 전화를 받고 응답하는 방식이죠. 반면에 투표는 본인이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당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진 후보들이 영남권 중심 전통 당원들의 투표 참여를 끌어낼 경우 예비경선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입니다.

두번째로 중진 후보들이 단일화 등의 합종연횡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본선 진출자 중 이 후보를 제외한 4명은 모두 중진 그룹입니다. 이들이 급진적 세대교체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이 후보는 김웅·김은혜 후보의 탈락으로 신진세력 단일화를 통해 지지세를 끌어올릴 계기를 만들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도 결국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만약 이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당심의 저항에 부딪쳐 상승세가 확실하게 꺾였다면 몰라도, 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심도 어느 정도 이를 따라가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본경선에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인데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결국 이 후보가 최초의 30대 당대표가 될 수 있을지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투표에 나설 것인가에 달린 셈입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일제히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보수야당의 변화에 대한 높은 기대를 표명하고 있는 점은 당원들도 전략적 투표에 나서게 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준석 돌풍’ 왜?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몰고 온 요인으로 개인의 능력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러나 이보다는 보수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대중적 열망이 더 근본적 요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겁니다.

이 후보의 최대 강점으론 ‘높은 인지도’가 꼽힙니다. 36살인 이 후보는 40살 이상인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치 입문은 11년차에 이릅니다. 2011년 26살 나이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발탁돼 비대위원으로 화려하게 정치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후보는 서울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국비장학금을 받아 미국 하버드대학을 나온 과학 영재였죠. 정치 입문 당시에는 자격증 시험 문제를 제공하는 앱 등을 개발하는 작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저소득층 청소년의 학습을 돕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공익단체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정치 입문 이후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3번 출마해 모두 떨어지긴 했지만, 잦은 방송 출연을 통해 각종 현안에 직설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주장을 펴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 창당에 참여했고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원외이면서도 신진세대의 대표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 후보는 ‘태극기 부대’ 등 극우와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관심을 모았죠. 지난해 4·15 총선 뒤 당내 일부와 극우 유투버들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일으켰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강하게 받아치는 등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2030 남성들을 대변한다면서 반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서서 ‘여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여성, 청년 할당제 등 소수자 우대정책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 경쟁지상주의자의 면모 또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인지도와 인기를 끌어올리는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두고는 ‘우리 생각을 똑 부러지게 대변한다’는 2030 남성 일부의 열광과 ‘젊은 극우에 불과하다’는 날선 비판이 동시에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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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나쁘든 유명해지고 보수정당 신진세대의 대표주자로 이미지를 심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이 후보가 제1야당 당대표감으로 떠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보수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일종의 ‘시대정신’이 이준석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훨씬 많습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시동을 건 ‘보수 혁신’이 젊은 이준석을 통해 이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 이준석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대표가 되면 내년 3월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당선이야말로 국민의힘이 바뀌었다는 확실한 신호이고,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국민의힘이 싫어 망설이는 중도층이 돌아서게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를 고민하는 보수 유력 대선주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설령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국민의힘 내부 주자들의 경쟁력을 높여, 이후 단일화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이 후보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통해 지지율을 결집시킨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승리한 사례를 대선에서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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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나경원, 주호영 후보 등은 유승민계인 이 후보가 대표가 되면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가 보장되지 않아 윤석열 총장 영입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물론 이 후보는 “무슨 낡은 계보 타령이냐”며 “심판하겠다”고 반격했고요. 그러자 또 나 후보가 “특정 인물을 적대시하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원인이다. 듣기에 섬뜩한 표현들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고 재반격하는 등 예비경선 막판 난타전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인 거죠.

민주당의 고민…이준석의 약점?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을 넘어 민주당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보수야당이 젊음, 새로움, 변화의 이미지를 선점할수록 민주당은 ‘586 중심 꼰대 정당’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 세대의 민주당 이탈 흐름이 고착화하면서 대선까지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에도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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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이준석 돌풍을 놀라면서 보고 있다. 부럽기도 하고, 무서운 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국민의힘이 낡고 고루함의 상징이었는데,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준석 돌풍을 보는 민주당 다수의 솔직한 심경일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젊은 야당 vs 586 여당’이라는 구도에 갇히지 않도록 기를 쓰고 쇄신의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몰릴 수 있습니다. 이런 압력은 오는 9월로 예정된 대선 후보 경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2030이 바라는 변화와 가치를 찾아 보여주기 위해 더 부지런히 고민하고 뛰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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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준석 돌풍이 국민의힘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후보가 젊다는 이미지 이상의 구체적인 정치 혁신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기회의 공정성’을 2030의 가치로 제시하지만, 반페미니즘을 강조하고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을 빼면 실제로 그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합니다. 부동산, 코로나 대응, 양극화, 안보, 외교 등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뚜렷한 비전과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 정책 비전은 대선 주자들이 더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긴 합니다만, 정당과 그 지도부 또한 분명한 방향과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원내 경험이나 큰 선거를 지휘해본 경력이 없는 이 후보가 설령 대표가 되더라도 당내 지분이 여전히 큰 전통 보수층 중심의 중진 그룹과 갈등을 빚으며 대선 경선 관리 등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 이준석 후보는 돌풍을 이어가며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교섭단체 정당의 30대 대표가 될 수 있을까요. 보수야당과 나아가 한국 정치에 세대교체와 변화의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진행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az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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