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당분간 완화기조 유지
서둘지 않겠지만 실기 말아야”
‘몇개월 후’라 특정하긴 어려워
시장선 ‘美보다 먼저 인상’ 전망
금융硏 “하반기중 올려야” 보고
글로벌 IB들, 연내 인상에 무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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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및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구체적인 단행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상당수가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험선호 성향의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 보다 유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에 대해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의 복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몇 개월이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상당 기간’보다는 짧은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전례 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상당 기간이라 함은 통상 6개월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이 총재가 이례적으로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도 언급한 만큼, 하반기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국고채 금리의 상승에 이어 기준금리 역시 높아지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 또한 커지고, 우리나라 역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1.25%였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3월(0.75%)과 5월(0.5%) 두 차례 인하한 뒤 이달 들어 0.5%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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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에서도 현 경기 개선세에 발맞춰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박성욱 금융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기 개선 정도에 상응하는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현재 경기 개선세가 지속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을 하반기 중 시작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경기 개선 정도에 맞게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는 감염병 관련 불확실성이 크지만, 하반기 중 불확실성이 상당 폭 줄고 경기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뒤늦게 여건 변화를 반영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침체나 자산시장 경색이 나타나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JP모건과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씨티, 노무라 등의 글로벌 IB들도 보고서를 통해 한은 금통위의 연내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채권 금리도 오르고 있다. 금통위 다음날인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3.8bp 오른 1.16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과 5년물, 2년물도 각각 2.1bp, 3.5bp, 3.2bp 뛰며 연 2.132%, 연 1.673%, 연 0.957%에 이르렀다.
자본 유출 우려가 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미 금리 인상에 나선 곳도 있다.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 등은 올해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1일 국채 매입 규모의 4분의 1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하면서 내년 3분기에 0.5%로 올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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