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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쇠사슬에 묶였던 6살 시리아 소녀, 결국 하늘로…전세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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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시리아 매체 호르야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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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엉겨 붙은 머리카락과 먼지로 뒤덮인 옷과 얼굴, 손에 들고 있는 쇠사슬까지. 처참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진 속 6살배기 시리아 소녀 날라는 지난 4일 사망했다. 오래 굶주린 나머지 급하게 음식을 먹다 질식한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너무나 짧았던 생애, 소녀가 겪은 고난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날라 알오스만은 시리아 반군의 영토로 남아 있는 이들리브 지방의 파르잘라 캠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겨울엔 한파에, 여름엔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도 두려움의 요인이었다.

터키 국경과도 인접한 이들리브 지방의 파르잘라 캠프에는 현재 시리아 난민 약 350가족이 살고 있다.

파르잘라 캠프의 난민들은 매일같이 음식과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쓰레기가 수거된 것도 몇 개월 전이다.

날라의 가족은 원래 이들리브 지방의 다른 지역에 살다가 정부군의 진격을 피해 3년 전 파르잘라 캠프로 옮겨 왔다. 날라의 부모는 헤어졌고, 어머니는 터키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날라의 아버지 이삼 알 오스만이 남은 자식들을 부양하기로 했지만 이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알 오스만은 날라가 캠프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때때로 쇠사슬에 묶거나 아기 침대를 우리 형태로 변형시킨 뒤 가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이웃들도 그의 행태를 알고 있었지만 적극 나서서 지적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은 없었다.

파르잘라 캠프의 관리자 격인 히샴 알리 오마르는 "캠프에 사는건 쉽지 않다"며 "이곳의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고 매일매일 삶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아보라고 자녀들을 보내는 부모도 봤다"고 말했다.

NYT는 날라의 모습이 담긴 자료를 몇 달 전 처음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파르잘라 캠프를 찾았던 한 인권 운동가가 날라와 대화하는 영상을 찍고 이를 NYT에 공유한 것. 영상을 찍은 아마드 라할은 날라가 "똑똑했지만 방치된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

날라가 숨진 후에야 현지 당국은 방치 혐의로 아버지를 구금했다. 그는 구금시설에서 몇 주를 보낸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오스만은 자신을 매정한 아버지로 보는 시선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날라는 무고한 천사다. 내 딸을 해칠 이유가 없다"며 "의료 지원을 위해 구호 단체들에 연락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날라가 쇠사슬에 묶여있거나 케이지 안에 갇힌 모습이 담긴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날라의 죽음 이후 10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캠프에 살며 고통 받는 수백만 어린 아이들의 삶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파르잘라 캠프의 환경이 특히 어린 아동들에게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아이들이 의식주와 같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영양실조율도 증가세에 놓여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아동·청소년들의 자살 비율 또한 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대변인은 "이 아이들은 (난민 캠프의) 텐트 안에서 태어나 마른 침대에선 잠을 자 본적도 없다"며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아이들"이라고 전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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