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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미사일 지침 종료’ 비난한 北… 대남·대미 압박 기조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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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 정상회담 결과 첫 반응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 적대행위”

문 대통령 발언에도 “설레발” 비난

외무성 아닌 평론가 명의 글 게재

전문가 “형식과 내용 등 수위조절”

바이든 정부에 대응 놓고 고민 관측

정부 “개인 명의 글에 논평 부적절”

세계일보

사진=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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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거의 열흘 만인 31일 첫 반응을 내놨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콕 집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이어가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공을 넘겼다’고 말하는 가운데 당분간 대남, 대미 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논평의 수위를 조절하는 등 향후 미국의 손짓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北 “미사일 지침 종료, 고의적 적대행위”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로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 제목의 글을 내고, “미국의 (미사일 지침 종료)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일부라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또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게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남조선(남한)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조선 반도(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해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데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 정책 기조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도 날 선 언급을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설레발을 쳤다. 지역 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의 행동”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또 “일을 저질러 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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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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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심 중인 듯…정부, “개인 명의 글”

이날 논평의 주체는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로, 통상 대외 논평을 내는 외무성 당국자나 고위 간부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 김명철은 북한 외곽 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을 인정한 한·미 정상회담 전체에 대해 평가를 유보하고,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한정해 논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당국으로선 외곽 전문가 논평을 통해 대외 반응을 살피고, 바이든 행정부와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대응 방향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평을 시작으로 격을 높여나가면서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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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모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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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이 미사일 지침 해제를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한 것은 대미 대화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선(先) 철회를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에 한·미 연합훈련, 경제 제재와 함께 항목이 추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반발하는 미사일 지침 해제를 거론한 것은 중국과의 공조 대열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는 당연히 가져야 할 주권을 회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며 “개인 명의 글인 만큼 정부가 직접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별개로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이) 내적 고심을 마무리하고 대화와 평화의 시계를 앞당기기 위한 장으로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주형·박수찬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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