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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가면 숨어 비열했던 과거, 부끄럽다" 조주빈 친필 사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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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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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이 자필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1일 조씨 아버지는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뒤 취재진에게 전날 조씨에게 받은 사과문을 공개했다. 조씨는 사과문을 통해 "모두에게 사과하고자 펜을 들었다"며 "세상 앞에 내놓는 내 마음이 다른 목적으로 비춰져 누군가에게 또 한 번 상처가 될까 우려됐다"고 밝혔다.



"욕심에 취해 양심을 등진 결과, 죄 인정"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반성문을 통해 피해입을 분들께 사과하고 사회 앞엔 침묵을 지켰다"며 "늦었지만 이제나마 진심을 다해 모든 분께 말한다. 죄송하다.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엔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나 스스로가 어렴풋이 보였다"며 "죄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욕심에 취해 양심을 등진 결과이기에 무엇도 탓할 바 없다. 내 죄의 무게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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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자필 사과문.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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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속 날카로운 비, 그칠 줄 몰라"



또 조씨는 "자신이 흘리게한 타인의 눈물은 언젠가 자신의 마음에 비가되어 내린다"며 "지난 1년은 그 이치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금 내 마음 속에는 아주 날카로운 비가 그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고 나는 마땅히 아프고자 한다"며 "절실히 뉘우치며 법적인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아가길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고, 염치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사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한없이 비열했던 제 과거가 너무나 부끄럽다"며 "뒤틀린 죄인을 꾸짖어줘서 아프지만 감사할 따름이었다. 모두에게 빚을 졌다"고 말했다.

조주빈父 "아들 범죄집단조직 유죄, 동의 못해"

한편 조씨 아버지는 "아들의 문제로 크나큰 피해자가 생겼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재판부가 범죄집단조직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범죄집단을 만들 수는 없다"며 "조주빈 하나를 그냥 죽여도 된다. 그렇지만 굳이 범죄집단이란 걸 만들어서 죽일 것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사방 구성원들이 조주빈을 중심으로 피해자를 찾고 오프라인 강간 등 역할을 나눠 박사방을 유지했다고 봤다.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 법원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조씨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감형에는 조씨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이 고려됐다.

■ 조주빈 사과문 전문

조주빈입니다. 모두에게 사과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세상 앞에 내놓는 저의 마음이 다른 목적으로 비춰져 누군가에게 또 한 번 상처가 될까 우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반성문을 통해 피해 입은 분들께 사과드리며 사회 앞엔 침묵을 지켰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나마 진심을 다해 모든 분께 말씀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처음엔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저, 스스로가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죄스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욕심에 취해 양심을 등진 결과이기에 무엇도 탓할 바 없습니다. 제 죄의 무게를 인정합니다.

자신이 흐르게 한 타인의 눈물은 언젠가 자신의 마음에 비가 되어 내립니다. 지난 일 년은 그 이치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제 마음속에는 아주 날카로운 비가 그칠 줄 모릅니다. 언제까지고 저는 마땅히 아프고자 합니다.

그것이 현재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매일을 재판받는 심정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절실히 뉘우치며 법적인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아가길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움만 많이 베풀며 살아온 과거가 참 많이 후회됩니다. 염치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모든 분께, 정말 미안합니다. 박사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한없이 비열했던 제 과거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피해 입은 분들과 함께해주어서, 뒤틀린 죄인을 꾸짖어주셔서, 아프지만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빚을 졌습니다.

김천·이수정 기자 kim.ch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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