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사진)이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다.
이 총장은 4일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2021년 6월 4일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 만에 전역지원서를 즉각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표 수리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23일 제38대 공군총장으로 취임한 이 총장은 255일, 8개월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는 역대 공군총장 중 최단기 재임 기록이다. 공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초동 수사 부실, 늑장 보고, 피해자 회유 등 논란에 휘말려왔다. 총체적 허점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부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4일 오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이날 국방부 검찰단은 숨진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사건과 관련해 공군 군사경찰단과 공군 제20비행단 등을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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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총장이 사퇴하면서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여파가 군 고위 인사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군 검찰단 등이 이날 오전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책임론이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이 총장 사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군의 초동 수사 부실, 늑장 보고 의혹 등이 불거진 상황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상급자를 포함한 지휘 라인의 책임 여부를 살펴보라고 강조한 뒤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 라인 문제를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확산되면 자칫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악몽'이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줄줄이 성추행 혐의로 물러난 다음에 치른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임기 말 문재인정부의 최대 위기로 비화된 바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인사 조치가 서욱 국방부 장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휘 라인 책임 검토에 서 장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지휘 라인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며 "엄중하게 보고받은 이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치 과정을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이번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15비행단은 사망한 여성 부사관인 이 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전속을 요청해 옮긴 부대다. 성추행 가해자인 장 모 중사와 2차 가해 의혹을 받는 상관 등이 소속된 제20전투비행단의 군사경찰대대에는 국방조사본부가 성범죄수사대를 투입했다.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조사본부는 사망사건뿐 아니라 각 부대 군사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실 수사와 공군본부 보고 누락과 관련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20비행단 소속으로 근무하던 중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부대 전속을 요청해 15비행단으로 옮겼다. 그러나 부대 전속 사흘 만인 지난달 21일 혼인신고를 위해 남자친구가 있는 20비행단 관사를 방문했고 그 이튿날인 22일 오전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성현 기자 / 연규욱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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