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IT업계 잇따른 노동문제

네이버·카카오발, 직장 내 갑질 이슈…이참에 뿌리 뽑힐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네이버 이해진(왼쪽)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임직원의 극단적 선택,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환경 이슈로 들끓고 있다. 고액 연봉과 탄탄한 복지·가파른 성장성·수평적 기업문화로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혀왔던 기업들인 만큼 사회적 충격이 더 크다. 한국 사회의 전근대적인 직장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계 기관의 단순 조사와 일시적 추모에 그치지 말고 이참에 직장 내 문화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청원, 인터넷 커뮤니티, 기사 인터넷 댓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꿈의 직장'조차도...한국사회 전근대적 직장문화 노출

네이버 직원 A 씨는 지난달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에는 카카오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사의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소동이 일기도 했다. 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지난 4월 카카오가 52시간 노동시간제를 위반한 초과 근로를 시키고 임산부에게 시간외근무를 하게 하는 등의 6개 항목을 위반한 데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는 국내 대표적 IT 기업들에서조차 직장 내 노동환경 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전력이 있는 간부의 재입사를 허용했고 이후 직원들이 우려를 전달했지만 묵살, 결국 40대 가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갔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상명하복식 권위적인 업무방식, 강도 높은 근무환경, 성과평가 원칙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개발자 인력 풀이 좁다 보니 학연, 혈연 등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고 수직적·억압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이 빠르게 대기업이 되면서 인사, 평가 등 조직운영이 미숙한 것은 물론 창립멤버 등 이너서클이 인사 및 보상에서 막강한 결정권을 쥔 권력 구조로 인해 구성원들이 직장 내 갑질 문화에 대처하기 쉽지 않았다는 시선도 나온다.

◇"게임 및 IT 근로자 절반 가까이가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이번 네이버와 카카오 사태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외부로 알려진 것과 달리 IT 업계도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IT위원회는 작년 11월 '판교 IT·게임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게임 및 IT 근로자 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4%(383명)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해결이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64.3%(520명), '잘 안 되고 있다'는 35.7%(289명)를 차지했다.

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들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2.5%나 됐다. 그럼에도 '회사나 관계기관에 신고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고, 신고 이후 근무조건의 악화나 따돌림 등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는 응답도 67.9%에 이르렀다.

출발하려던 비행기를 되돌린 '땅콩 회황' 등 잇따른 갑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가 됐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한 것이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노조 성명 발표·정치인에 탄원서 전달 등 사태 확산세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권위적인 직장문화가 제대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자신을 사망한 네이버 직원의 동료라고 밝힌 시민 B 씨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위 이용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건에 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 씨는 "직장 내의 정신적인 고통으로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별세하신 그분과 오랫동안 함께 직장 생활을 해 왔기에, 이러한 사건은 더 이상 피해를 겪는 사람의 정신적 나약함이나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냉철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진상 규명 및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현재 청원글에는 8702명이 동의를 나타냈다.

네이버 노조가 소속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는 지난 2일 네이버 사측에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 당사자 즉각 처벌, 상담 관련 인력 배치를 포함한 조직문화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도 중대 재해임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법·제도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7일 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자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차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네이버 직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국회의원 등 정치인 단체로 전자우편 청원서를 보내고 있다. 청원을 보낸 대상에는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16명과 네이버 본사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지역구 의원 2명을 비롯해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IT 업계 출신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포함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