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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금리 인상 바람잡이' 옐런?…"경기 과열 안되게 금리 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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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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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을 또 입 밖으로 꺼냈다. 미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에 나서는 동안 약간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 달 전 옐런의 '깜짝 금리 인상' 발언이 실수가 아닌 의도된 ‘군불 때기’였음이 확실해졌다. 시장의 눈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 사령탑의 생각에 동조할 지로 쏠린다.

옐런 장관은 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금리를 약간 더 올려도 미국 사회와 Fed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미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을 언급한 지 한 달 만이다. 당시 옐런은 “추가 재정 지출은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일자리 늘리려면 금리 인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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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푸드트럭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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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의 발언은 고용 안정화를 위한 방편으로 읽힌다. 정부가 막대한 돈줄을 풀고 있지만 고용 상황이 생각만큼 회복되지 않아서다. 지난 4일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5월 비농업 일자리는 55만9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65만개)와의 괴리가 컸다.

옐런은 금리나 양적완화(QE) 같은 통화정책만으론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감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중인 수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복지·교육 지출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Fed의 제로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가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으로 인해 물가 상승의 속도가 가팔라지고 자산 거품 우려가 커지면 재정지출 효과가 제한될 수 있어서다. 완만한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충격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드러내듯 옐런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에 맞서 싸워왔다”며 “정상적인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경기 부양을 위해) 매년 약 4000억 달러 정도를 추가 지출할 것인데 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며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금리 인상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프라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는 과정에서 소폭의 금리 인상은 괜찮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인플레 우려로 고민 깊은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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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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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의 군불 때기에도 실제 금리 인상의 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쥐고 있다. 파월은 고용을 위해 제로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경기 회복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 Fed는 고용과 물가상승과 관련한 “실질적 추가 진전”이 있어야 금리 인상이나 자산매입 규모 감축(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는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문제는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이다. 지난 2일 Fed는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물가압력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 지난해 예외적으로 사들인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올해 안에 전량 매각할 방침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Fed가 ‘테이퍼링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잡이 역할 자임한 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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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옐런이 금리 인상을 위한 ‘바람잡이’ 역할을 자임한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옐런이 파월 의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려 금리 인상 발언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옐런이 다시 불붙인 금리 인상 논란은 오는 10일 발표되는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더 뜨거워질 수 있다. 4월 CPI는 1년 전보다 4.2% 상승하며 2008년 9월(4.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5월 CPI가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치보다 실제 수치가 더 높으면 파월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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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 금리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의 긴축 전환 시점이 빨라지면 한국은행의 시간표도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한은도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미 지난달 27일 “미국보다 앞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며 조기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문제는 커진 가계 빚 부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금리 인상의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과 같은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연 가계대출 이자가 25조6000억∼28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며 “가구당 이자 부담은 연 220만∼250만원 늘어나게 된다”고 추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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