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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모욕발언에 심부름까지…경찰조직 ‘갑질’ 난무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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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감사관실, 올해 상반기 총 10명 갑질 징계

우월적 지위 이용한 비인격적 대우, 업무 불이익 등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갑질 징계 처분 107명 달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올해 상반기 총 10명의 경찰관이 ‘갑질’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정부 차원에서 갑질 근절 추진방안이 마련됐지만, 경찰 특유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갑질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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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데일리가 경찰청 감사관실에 요청, 공개된 ‘경찰관 주요 유형별 갑질 징계 사례’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인권적 행위인 갑질로 신고·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공무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0명이다.

갑질 유형을 보면 크게 ‘비인격적 대우’와 ‘업무 불이익’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모욕성 발언을 하거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비인격적 대우는 8건, 부당 근무지시 등을 내리는 업무 불이익은 2건 발생했다.

징계 결과를 보면 ‘파면’이나 ‘해임’은 없었다. 지난 4월 수차례 모욕적 발언 등으로 내린 ‘강등’ 처분이 가장 수의 높은 조처였다. 다음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은 3건이었으며, 경징계에 속하는 감봉은 3건 발생했다. 공무원 징계 중 가장 약한 처분인 견책도 3건으로 파악됐다.

경찰 내부에서도 갑질을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 3에 따른 비위로 판단하고, 갑질 근절 추진방안 대책을 세웠다. 이에 경찰 내부규칙에 갑질은 성비위 또는 갑질행위의 은폐, 부정청탁 등과 함께 징계 감경 제외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또 갑질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전 직원대상으로 공지하고, 갑질로 징계확정 시 내용·결과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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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에도 갑질로 징계를 받는 경찰관은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갑질로 신고·적발돼 징계 처분된 경찰관은 107명에 달한다. 2016년 15명에서 2017년에는 30명으로 2배로 증가했다. 2018년에 10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 다시 22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30명이 징계를 받았다. 갑질로 징계받은 전체 경찰관 90% 이상이 경위 이상 계급이었으며, 가장 낮은 순경 계급에서는 징계받은 이는 없었다.

우리 사회 각계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갑질 문화가 경찰 조직에서는 더욱 음성적으로 발생해 피해 경찰관들은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전남지방경찰청 소속의 하위직 경찰관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경찰 간부 갑질에 매일 분신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제보로 갑질 사건이 수면으로 올라왔지만, 경찰 간부는 진정 어린 사과 없이 끝까지 부인했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징계 결과 견책 처분에 그쳤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징계의결권자가 징계 결과 자체도 알려주지 않아 발표 후 15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했다고 성토했다.

또 지난 4월 부하 직원들에게 밥값과 술값을 대신 내도록 하고 폭언을 한 갑질 의혹이 불거져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이었던 경찰 간부 2명이 각각 대기발령, 전출됐다. 앞서 지난 3월 인천의 한 경찰 간부가 부하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경찰관은 민원인의 피해를 조사·수사하는 입장인데 경찰 조직 내에서 더 심한 갑질을 하고 있고,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내부 문제는 내버려두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순경 계급의 일선 경찰관은 “위계서열이 분명한 조직 내에서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며 “갑질 근절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신고가 접수되고 조사가 시작되면 징계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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