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새 먹거리 찾아" … 하림 vs 쌍방울, 이스타항공 승부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림, 육상-해운-항공 '종합물류사' 청사진 … 8000억 확보

쌍방울, 엔터사업 활용 … 추진위원장에 김정식 전 대표 선임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놓고 국내 육가공업계 1위 하림과 토종 속옷회사 쌍방울의 장외 경쟁이 치열하다. 각자 본업에서 성장 한계에 닥치다 보니 항공사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 활로를 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양계 사업에서 물류로

하림그룹은 이스타항공 예비입찰에 자회사인 벌크선사 팬오션을 통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해운과 항공산업을 통한 물류 부문의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울 양재동에 추진 중인 도시첨단물류단지까지 더해 육상과 해운, 항공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 물류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림은 국내 닭고기 시장의 최대 기업으로 육계 가공식품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닭고기 시장이 아무리 팔아도 적자가 난다고 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업 변동성 등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기존 하림이 보유한 육상물류에 팬오션의 해상물류,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한 항공물류까지 더할 경우 종합물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 역시 최근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한다면 기존 팬오션의 해상물류에 항공물류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육·해·공 물류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며 "인수와 향후 사업을 위한 실탄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사업을 진행 중인 팬오션이 보유한 순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900억원 규모다. 자체적으로 이미 7000억~8000억원의 실탄이 확보돼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비행기 타고 중국 진출

쌍방울그룹에서는 크레인과 특장차 국내 1위인 계열사 광림이 그룹 내 반도체 장비기업인 미래산업,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IO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중국 지역에 가장 많은 12개 노선을 보유하고, 현지 공항을 운항할 수 있는 슬롯도 확보하고 있다. 쌍방울은 이를 통해 그룹 내 관계사들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향후 중국시장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표 속옷 브랜드인 쌍방울과 비비안은 약 74조원 규모의 중국 속옷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특히 IOK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 가수 '비아이' 등을 주축으로 한 음원사업 등을 적극 활용해 'K콘텐츠'와 함께 자사 브랜드 등을 알릴 예정이다. 운항이 재개되면 인기 연예인을 기용한 항공기 외부 랩핑 광고는 물론 비행중 영상 광고 등을 통해 단숨에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장윤정, 고현정, 조인성, 이영자, 김숙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IOK에 소속돼 있다.


일찌감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도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쌍방울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대표를 인수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2013년 말 이스타항공 대표로 부임한 김 위원장은 재직 시절 이스타항공을 만년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성장시킨 바 있다. 일단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입찰, '스토킹 호스' 방식

이스타항공은 LOI를 제출한 예비 입찰자를 대상으로 현재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14일 매각 금액이 적힌 입찰서류를 받을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존재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이다. 하림과 쌍방울 등 입찰 참여자들이 일정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예비인수자가 그만큼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우선 인수자격을 갖게 된다.


인수 이후에도 이스타항공을 정상화하기까지 인수금액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여객 업무가 잠정 중단된 상태로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42억원에 달한다. 인수기업은 가장 먼저 자본잠식 해결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이스타항공이 안고 있는 부채 2000억원 가운데 최우선 변제 대상인 직원 급여와 세금 등만 해도 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