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 3월 초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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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면서도 공개 행보를 꺼려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행을 깨고 9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초미의 관심사인 대권 도전과 관련해 "우리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다 경청하고 있다"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다 아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정계 진출 선언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구체적인 국민의힘 입당, 대권 행보 일정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개관식은 서울시의 공공재생 사업으로 추진된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함께 열린 것으로, 행사장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박성준·이상민 의원,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회영 선생 후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걸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은 행사 내빈으로 소개됐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언론 공개 행보는 4월 2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에 이어 2개월여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행사 시작 전 20분가량 먼저 도착해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점을 묻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선 아직"이라며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다 아시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해선 "그것도 우리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여러분이 지켜봐달라"고 했다.
이 밖에 '장모가 다른 사람에게 10원 한 장 피해준 것 없다'고 한 발언의 진의나 향후 대권 행보 일정 등을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행사 말미에도 계속해서 취재진 질문을 받자 "오늘은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날이지 않나. 제가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께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왔다"며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이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며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이 아주 뜻깊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사장에는 취재진뿐 아니라 윤 전 총장 '팬클럽'을 자처한 지지자 수십 명이 몰려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기도 했다. 행사 시작 때 한 시민이 윤 전 총장에게 항의하듯 좌석 쪽으로 난입했다가 바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이 오랜 잠행을 깨고 첫 공개 행사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의 기념관 개관식을 찾은 것은 대권주자로서 안보·보훈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회영 선생은 명문가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부한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독립군 양성에 기여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방명록을 남겼고,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을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참석은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이자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주선했다.
이 교수는 이날 "윤 전 총장이 먼저 기념관에 와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며 "기왕이면 개관식에 참석하도록 서울시에 제안해 초청했다"고 말했다. 두 집안은 윤 전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교수와 이 교수 부친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친분으로 오랫동안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이 전 국정원장이 자주 소통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두 사람은 공개 행사장에서 옆자리에 앉아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기념촬영 등을 위해 이동할 때 윤 전 총장이 고령인 이 전 원장 손을 잡고 챙기기도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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