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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탄핵 사건 첫 변론서 적법성 공방… 2차 변론기일 다음달 6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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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0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본인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재직 당시 3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탄핵소추 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첫 변론기일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이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적법성 요건을 둘러사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청구인 임성근 전 부장판사·소추위원 윤호중 법사위원장 출석

앞서 지난 3월 24일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던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변론기일에는 직접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그는 이날 오후 헌재에 도착해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심판정으로 들어갔다.


역시 지난 변론준비기일에 국회 일정으로 출석하지 못했던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변론기일에는 직접 출석해 소추사실 요지를 낭독했다.


윤 위원장은 심판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 소추위원 자격으로 탄핵심판에 처음 참석하게 됐다"며 "소추사실의 요지를 재판관들께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역사적으로 처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을 해서 이뤄진 사건이니 만큼 그 취지를 충실히 설명하겠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법관의 판결의 독립성으로 구현될 때 제대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잘 구현해 주시리라 이렇게 생각을 하고 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법관 신분을 벗은 상황에서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법조계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이라며 "헌법의 문제는 해당 법관의 직위가 유지되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에 의해서 영향 받을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사법부를 헌법으로 보호해왔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판사의 사퇴 여부와 관계 없이 판결을 해야할 법적인 실익이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소추 절차상 하자·탄핵심판 요건의 적법성 놓고 공방 벌어져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청구인 측이 소추사실 요지를 낭독한 뒤 피청구인 측이 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후 지난 변론준비기일에서 쟁점으로 선정된 사안들과 양측이 제출한 서면들을 중심으로 각각 쟁점에 대한 주장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또 증거채부에 관한 절차도 진행됐다.


특히 이날은 임 전 부장판사의 소추사유가 된 재판 개입 행위의 사실관계보다는 절차적 하자와 탄핵심판의 요건이 구비됐는지에 대한 적법성 요건을 둘러싸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월 24일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과 이미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의 수명 재판관과 청구인측 대리를 맡은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변호사),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를 맡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변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재판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한 바 있다.


청구인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지켜야 할 고위법관이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훼손한 묵과하기 어려운 위헌적·위법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피청구인 측은 먼저 국회 탄핵소추 의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에 규정돼 있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사전조사나 질의·토론 등 절차를 생략한 채 다수의 의석으로 밀어붙여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는 취지다.


또 피청구인 측은 "우리 헌법상 탄핵심판의 목적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파면함으로써 그 권한을 박탈,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헌법에 위배되는지, 권한과 의무 한계를 명확히함으로써 권한과 의무를 확인하는 게 주된 목적과 기능인 반면 탄핵심판제도는 법률위반에 대해서 탄핵소추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헌법 위반을 경고하고 사전 방지 기능을 하는 동시에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주장함으로써 헌법을 보장하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결정의 내용)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할 경우 '피청구인 임성근을 법관에서 파면한다'라는 주문을 내야 하는데 이미 임 전 부장판사는 임기 만료로 법관의 신분에서 벗어난 만큼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청구인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먼저 국회법상 절차 위반과 관련 청구인측은 "이 사건은 다른 탄핵소추 사례와 다른 특성이 있다"며 "몇년 간에 걸친 수사기관에서의 수사, 그리고 또 장기간에 걸친 법원의 재판이 진행됐고, 그 안에서 여러가지 관련 증거들이 축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따로 사실조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다.


청구인측은 이어 "또 언론보도도 무수히 축적됐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수사기록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국회의원 개개인들이 소추의결서에 첨부한 여러가지 기록을 언론보도를 통해서 온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을 종합을 하면 반드시 어떤 심각한 사전 조사와 토론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또 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청구인측은 "탄핵심판 사건은 기본적으로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미 기본권 침해행위가 종료돼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없어도 헌법질서의 수호라는 객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을 위해 예외적으로 위헌성 판단을 하는 것처럼 탄핵심판도 헌법질서 유지를 위한 제도라는 취지다.


양측은 '일사부재리 원칙'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피청구인측은 이미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소추사유 중 야구선수들과 관련된 사유의 경우 이미 완전히 동일한 사유로 징계처분까지 받았기 때문에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헌법 위반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즉 형사재판 1심에서 사실관계를 거의 밝히고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일 뿐, 임 전 부장판사의 위헌적 행위는 인정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국가공무원법상 해임, 파면, 등 여러 가지 징계 종류를 보면 각각의 의미와 법적 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직접 의견진술… "재판의 독립 침해한 것 아냐"

한편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도 직접 의견진술에 나섰다.


임 전 부장판사는 먼저 자신의 "1991년 3월 1일 법관이 된 이후 지난 2월 28일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났다"며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을 늘 새기면서 당사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재판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판사로 재직할 당시 일로 이 자리에 서게 돼 실로 참담한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헌재와 사법부에 많은 부담을 드리고 저를 아껴주신 분들과, 나아간 국민 여러분께 심리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업무의 일환이었을 뿐 재판 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법관이 어떤 재판을 한 경우에 정당한 비판 범위를 벗어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법관을 인신공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제가 수석부장판사 재직시도 마찬가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사법부의 신뢰 저하가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세태로 법관이 위축되지 않고 재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기도 하고, 소속 법관들이 인신 공격을 당할때 함께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임 전 부장판사는 "소속 법관들이 시민단체나 여론으로부터 행여 부당하게 비난받을 여지는 없는지 노심초사하면서, 이를 사전 혹은 사후에 해결하는 일이야말로 수석부장판사 이전에 선배 법관으로서의 해야할 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추사유가 된) 3개 사건 모두 이런 배경 하에 일어난 것일뿐, 저의 행위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던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사건이 전혀 아니다"라며 "후배 법관들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음을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사건이 침소봉대되거나 잘못 알려짐으로써 비롯된 오해가 풀리고, 저의 행위로 인해 재판권의 침해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계기 되길 바란다"며 진술을 마무리했다.

2차 변론기일 15일에서 다음달 6일로 변경돼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오승환과 임창용의 도박 혐의 사건 ▲쌍용차 집회 과정에서의 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혐의 사건 등 3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사재판 1심은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회는 그의 행동이 위헌적 행위라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한편 이날 유남석 헌재소장은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청구인측 주장을 받아들여 애초 15일로 잡혔던 2차 변론기일을 다음달 6일로 변경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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