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지난 5월까지의 수주 물량 총 합계는 당초 목표로 했던 금액의 60%를 돌파했다.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수주 물량이 많은 한국조선해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목표치인 149억 달러 중 108억 달러를 수주해 72.5%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5만 9,000톤급 원유운반선 [사진= 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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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역시 목표치인 91억 달러의 64.8%인 59억 달러를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77억 달러의 35.6%인 27억 달러를 넘어섰다. 3사의 수주 목표치를 합치면 317억 달러 중 194억 달러를 이미 수주한 셈이다. 이는 향후 2년 6개월 치 물량에 해당한다.
5월 이후의 수주 실적 및 전망도 밝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업체인 사이펨과 함께 브라질 최대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계약 금액은 1조948억원으로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는 지난 2019년 20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수주 이후 2년 만이며 '조' 단위 수주는 2014년 3조원 이후 7년 만의 쾌거다.
이외에도 하반기에는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선 대량 발주도 예정돼 있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100여척의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슬롯 계약은 본 계약 전 미리 도크를 확보해 놓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LNG·LPG선이나 이중연료추진선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선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지금의 수주 릴레이가 계속될 경우 향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박 수주는 1년 반이 지나야 매출이 발생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 실적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다"며 "아직 슈퍼 사이클 여부에 대해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업황 자체가 개선되고 있어 수주가 계속된다면 몇 년 뒤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조선해양 역시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주 잔고를 2023년치까지 확보했다"며 "과거 슈퍼 사이클 진입 직전인 2003년도와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슈퍼 사이클 당시와 현재의 수주 릴레이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실적이 줄어 올해 수주는 이에 대한 기저효과인 면이 있다"며 "당시 수주량보다 지금의 수주량이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선박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현재 슈퍼 사이클 수준이 아니라는 근거라는 지적도 있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후판과 철강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료가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인 만큼, 포스코 등 철강사에만 부담을 지우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후판 가격의 인상 가능성이 있어 원가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선박의 가격은 슈퍼 사이클 당시의 60~8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시황 회복이 이어진다면 국내 수주 능력의 1.5배 규모의 수주가 가능하겠지만 이를 슈퍼 사이클로 보기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박 고령화와 환경규제의 추가 도입을 감안하면 조선업은 오는 2025년부터 불황 국면을 본격적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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