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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정권, 150일 동안 사과만 78회…‘면피성 사과 남발’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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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단히 미안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23일 국회에서 일부 지역에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사죄했다. 3월 전국적으로 긴급사태를 해제한 지 한 달만에 긴급사태를 재발령하게 되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후로도 사과는 잊을만하면 계속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총리의 고문 역인 내각관방참여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을 “잔물결”이라 표현한 것을 두고 지적이 잇따르자, 총리가 “유감”을 표명했다. 일주일 뒤에는 국회에 출석하는 내각 관료들의 지각이 반복되자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또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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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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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가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쉴새 없이 사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19 대책으로 내각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시작된 이번 정기국회 150일 동안 ‘죄송하다’는 등 사과하는 발언은 78회에 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코로나19가 확산을 시작한 1월18일에 개회해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낮은 지지율을 의식해 몸을 한 껏 낮춘 것으로 보이지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사과’를 남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로 국회의 기능이 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스가 총리는 국회 주요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고 국회에서의 답변 역시 충실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참의원 양원 운영위원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부의 보고는 15차례 있었다. 야당은 총리가 출석해 국회에 설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스가 총리는 단 두 차례만 회의에 출석했다. 한 야당 의원은 운영위 회의에서 “왜 총리가 참석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 질의에 대한 총리의 답변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1월21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총리의 시정연설과 각 당 대표의 질의가 이어졌다. 집권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양당 대표는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코로나19 대응책과 관련된 질의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스가 총리의 답변은 각각 10분을 넘지 않았다. 본회의장에서는 “벌써 끝이냐”, “너무 짧다” 등의 야유가 터졌다. 참의원 운영위원장인 자민당 소속의 미즈오치 토시에 의원이 이례적으로 총리에게 “정중하게 답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일 간 계속된 대표질의 동안 스가 총리가 답변에 할애한 시간은 3시간45분으로,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답변시간(5시간10분)보다 짧았다.

답변을 회피하거나 똑같은 답변만 반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달 10일 중·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개최를 강행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스가 총리는 “선수나 대회 관계자들의 감염 대책을 확실히 강구해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라는 똑같은 답변만 12차례 반복했다. 지난해 가을 임시국회 때는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들을 일본학술회의 회원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답변을 자제하겠다”는 발언을 100회 이상 반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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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원숭이라는 ‘산자루’(三猿·세 마리 원숭이라는 뜻). 사악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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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의 불통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에니시 미쓰코 호세대 교수는 총리의 답변 태도를 두고 “염소의 편지 같다”고 지적했다. ‘염소의 편지’는 시인 마도 미치오의 시로, 흰 염소와 검은 염소가 편지를 주고 받는데 편지를 읽지는 않고 먹어 치워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스가 총리가 질문을 읽지 않고 먹어 치운다고 비판한 것이다.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은 스가 총리를 신사 닛코도쇼구의 원숭이 조각에 빗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잠들어 있는 닛코도쇼구에는 사악한 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로 각각 눈, 입, 귀를 손으로 가린 원숭이 세마리가 조각돼 있다. 아즈미 준 위원장은 스가 총리를 두고 “(관저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 (국회에) 오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지 않다”라며 “어느 신사에 모셔져 있는 원숭이 같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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