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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순직 소방관 노모 기절…“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냐” 빈소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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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추서한 옥조근정훈장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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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상복을 입은 아들은 소방관 정복 차림의 영정 속 아버지를 바라보며 소매로 계속 눈물을 훔쳤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20일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동식(52) 경기도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의 빈소에서다.

김 대장 빈소 단상엔 김 대장이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했다는 내용이 담긴 추서와 녹조근정훈장이 자리해 있었다. 김 대장의 소방모와 그가 생전 현장에서 입던 기동복도 단상 가운데에 가지런히 개인 채 놓여 있었다. 한 소방관은 “살아있을 때 훈장을 받았으면 영광이었을 텐데, 저희로서는 허망할 따름”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전날(19일) 차려진 김 대장 빈소에서 “나도 데리고 가거라” “아이고 내 새끼, 너 없이 어떻게 살아”라며 목 놓아 울었던 김 대장 어머니는 이날도 오열과 탈진을 거듭했다고 김 대장 동료들은 전했다. 김 대장 어머니는 이날 오후 3시 있었던 김 대장의 입관식에서 끝내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가족·동료 등 이틀째 추모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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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가 20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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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장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정치권 인사나 가족·지인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이걸 어떡해. 아이고 아까워”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 “남은 가족들은 어찌 살라고 먼저 가버리냐”라고 말하며 슬피 울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김 대장이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던 든든한 소방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때부터 이날 오후까지 화재 현장을 지키다 왔다는 한 소방관은 "김 대장은 활활 타오르던 불에도 주저 없이 뛰어들던 분"이라며 "그날도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었는데, 두려움이 없어 보이셨다. 설마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구조대장은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그 대열에 따라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김 대장은 화재 당일 탈출 명령이 떨어졌을 당시 대열 맨 뒤에 서서 끝까지 동료를 챙겼다고 한다. 그의 유해가 발견된 위치는 그가 투입됐던 지하 2층 입구에서 50m 떨어진 곳이었다.

김 대장과 26년을 함께 일했다는 조우형 광주소방서 119구급대장은 “(고인은)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는 철두철미하고 모든 일에 앞장섰던 동료였다”며 “사망 전날 사무실에서 ‘우리 쉴 때는 낚시나 캠핑을 가자’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던 일상 대화들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1일 영결식…완진은 오래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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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 물류센터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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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장 영결식은 21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광주시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장의위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맡는다. 영결식 후 고인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연소 확대 저지와 인명 수색을 위해 물류센터 내부로 진입했던 그는 실종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994년 4월 경기도 고양소방서에서 소방 조직에 투신했다.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해왔다. 27년 근무 동안 구조대·예방팀·화재조사팀 등을 거친 ‘베테랑’ 소방관이다. 지난해 7월 사상자 13명이 나온 경기도 용인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는 어깨 수술을 받은 몸을 이끌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한편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의 진화 작업은 화재 발생 나흘째인 20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건물 안에 종이나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완전 진압에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내부 적재물은 1620만 개, 부피로 따지면 5만3000여㎡에 달한다고 한다. 덕평물류센터 연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와 맞먹는 12만 7178.58㎡다. 소방 관계자는 “이날 오전부터 인원 667명 등이 투입돼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등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적재물이 많고 건물이 워낙 커 완전 진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남=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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