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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코로나19 매년 유행병 될 수도, 백신 다양성 확보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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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백신 전문가 컨퍼런스

중앙일보

백신은 면역력을 획득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나이·성별·국가와 관계없이 바이러스·세균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만능 방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일상으로의 복귀와

중증 환자 관리를 위해 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와 함께 향후 발생할 ‘질병 X’(새로운 감염병)로부터 인류를 지킬 백신의 조건은 무엇일까. 중앙일보S는 러시아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 MP코퍼레이션과

6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 방안 마련 컨퍼런스’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백신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항원(바이러스·세균)에 특이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항원 자체를 이용하거나 체내에서 항원만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도록 개발돼 항체·T세포 등 면역 세포를 활성화한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은 mRNA·바이러스 벡터 등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으로 모두 후자에 속한다. 우리 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반면에 러시아의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이 이날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은 이들 백신과는 작용 방식이 다르다. 유전자를 이용하지 않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활용해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불활화 백신(사백신)이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콜레라·독감·간염 등 우리가 이미 접종받는 백신 대부분이 불활화 백신”이라며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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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활화 백신도 코로나19 예방 효과 커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은 지난해 초 불활화 백신 개발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조직 샘플을 직접 채취했다. 여기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한 뒤 베로 세포를 이용해 대량 배양한 다음 정제 과정을 거쳐 ‘코비박’ 개발을 완료했다. 러시아의 3개 의료기관에서 18~60세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상 결과, ‘코비박’ 접종 후 항체 생성률은 85.7%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지난 2월 사용 승인을 받았고, 현재 고령층·만성질환자를 포함한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 개발의 ‘속도전’이 가능했던 건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은 1950년대 소아마비(폴리오)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 생백신과 불활화 백신을 잇달아 개발해 세계 60개국 이상에 보급한 글로벌 연구 기관이다. 아나스타샤 피니아예바 수석 연구원은 “소아마비 백신 생산을 통해 바이러스 독성을 없애면서도 면역 효율성을 높인 분리·정제, 오염 방지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며 “그 결과 약 1년 만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비박’은 일회용·다회용 등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된 점이 특징이다.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불활화 백신은 주입하는 항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mRNA 등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은 체내에서 어떻게 면역 반응이 형성되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며 “코로나19 종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안전하고, 다양한 백신을 개발·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공급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백신 접종 위해선 효과·안전성 담보돼야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원활한 공급과 효과·안전성 확보, 백신 접종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안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조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토론’에서 배용수(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특히 ‘백신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러스마다 크기·증식 속도·위험도가 다른 만큼 각각의 특성에 맞춰 독성을 없애면서도 면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생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백신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불활화 백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의 또 다른 화두는 ‘백신 수용성’이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인이 백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아 접종을 망설인다”며 “백신 유효성·이상반응에 대한 정보가 일반인에게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백신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정 교수는 “불활화 백신은 오래전부터 사용해 안전성 우려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코로나19 백신도 안전할지는 미지수”라며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해 효과·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백신 도입·접종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코비박과 관련한 동물·임상 연구결과를 이른 시일 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국가 간 백신 공급 불균형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 판단,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 등은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백신 보급 상황과 효과·부작용을 공유하는 ‘글로벌 코로나19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코로나19 역시 토착화될 수 있다”며 “적합한 백신 선택을 위해 불활화 백신 등 여러 백신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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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의 ‘코비박’은?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은 1957년 설립돼 소아마비·뇌염 백신 등을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보급한 글로벌 연구 기관이다. 중앙일보S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불활화 백신으로 임상 2상에서 평균 85%의 항체 생성률을 나타냈다. 현재 임상 3상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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