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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주요국 SMR 상용화 나서는데···韓은 이제야 '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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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SMR 현황과 한국 과제'

탄소중립 달성 핵심수단으로 인식

英 원자력연 "2035년 620조 성장"

美·中 등 과감한 투자로 기술확보전

韓, 탈원전에 발목 잡혀 지지부진

원전생태계 회복, 경쟁력 확대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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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SMR 기술 확보전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올가을에나 ‘혁신형 SMR(i-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국내 원전 생태계 붕괴가 i-SMR 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SMR 주요국 현황과 한국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SMR 기술이 탄소 중립 달성의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 안팎인 소형 원자로다. 출력이 1,000㎿ 이상인 대형 원전의 주요 기기가 하나의 압력 용기에 담겨 있는 일체형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기기 간 연결 지점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력은 작지만 안정성이 보완돼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오는 2030년이면 본격적인 SMR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이면 시장 규모가 최대 6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의 기술 개발 노력이 활발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71개의 SMR 노형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17개로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8개), 영국(2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올해 초 SMR 개발에 앞으로 7년간 32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심지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까지 관련 투자에 나서며 민간을 중심으로도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들여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소듐고속냉각로 방식의 SMR을 건설해 2030년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도 경제 분야 국가 최고 계획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 부유식 SMR을 선정했고 러시아는 이미 이를 상용화해 지난해 5월부터 동시베리아 페베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도 민관이 참여하는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을 통해 2035년까지 SMR 10기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행보는 굼뜨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형 i-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가을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9년 전인 지난 2012년 다목적소형원전(SMART)을 개발해 표준 설계 인증을 획득해놓고도 상용화가 안 돼 있다. 전경련은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의 정책 지원이 지연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i-SMR 개발을 뒷받침할 원전 기술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전 산업 매출은 2016년 27조 5,000억 원에서 2019년 20조 7,000억 원으로 24.5% 줄었고 관련 종사자와 전공자 등이 감소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탄소 중립에 주어진 시간과 일조량·풍량·수자원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SMR과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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