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고강도 정책을 펴왔다. 이에 조응해 청와대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참모들의 부동산 투기 가능성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했음은 물론이고, 다주택자들에 대해선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압박했던 게 사실이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높은 도덕률과 여론의 기대치를 지킬 수 없었던 참모들은 낙마가 불가피했다. 위법 행위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게 거취가 정리된 것이다. 은행 대출 10억 원을 받아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25억 원대 상가건물을 샀던 김의겸 전 대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와 충북 청주의 아파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결국 두 채 모두 팔 수밖에 없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중 한 채를 끝내 매각하지 않고 물러나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난을 사야 했다. 이런 전례에 견주어 김 비서관의 부동산 취득·보유 과정도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었다. 50억 원대의 은행 대출은 청와대 근무 전 변호사 시절에 성사된 것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은 언감생심의 거액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수행해 온 '반(反)부패'라는 업무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지금도 일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면 과감한 재테크로 재산을 불리는 수완을 문제 삼을 명분도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가 직업윤리와 도덕성이 어느 자리보다 더 요구되는 반부패비서관이었다는 점에서 사퇴는 시간의 문제였던 셈이다.
그의 부동산 의혹은 범여권 전체를 또다시 '부동산 내로남불'의 수렁에 빠뜨릴 위험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의원들에 대해 출당 또는 제명 조치를 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쇄신을 하던 와중에 터진 의혹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의원 사이에서 김 비서관 의혹과 비교하면 자신들의 의혹은 '티끌'에 불과하다는 항변이 나왔다면 혼란만 가중될 판이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청와대 참모의 부동산 논란이 여당에 부담을 주어 당·청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파문이 조기에 수습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청와대에 신속한 거취 정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요청이었다고 본다. 이와 맞물려 청와대의 검증시스템 문제도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김 비서관은 LH 사태가 한창이던 3월 말에 임명됐다. 김 비서관 임명 20일 전에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벌여 투기 의심 거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로도 비슷한 사례가 없도록 신규 인사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했다면 김 비서관은 걸러졌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검증의 그물코가 너무 성긴데다 민심을 헤아리는 '정무 감각'까지 없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검증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자주 고장 난다면 실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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