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실의 (왼쪽부터) 아리안 공주, 빌렘 알렉산더 왕, 아말리아 공주가 2020년 7월 1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식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1위 아말리아 공주가 만 18세가 되면 받게 되는 수당 약 22억 원을 받지 않겠다는 뉴스가 연일 한국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자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가 정부 기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 6900만원 수령 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두고, '염치 있는' 네덜란드 공주와 다르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인데, 네덜란드 공주는 정말 본받아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평가 받고 있을까?
◇현지 언론, 공주의 22억 용돈 포기에도 비난 세례
네덜란드 NOS 신문사의 에리카 드 요드는 지난 11일자 사설을 통해 “(공주가) 평생 받을 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1년간 갭이어(대학 입학 전에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한 여행 및 자기 탐색 시간) 기간 국민들로부터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탄을 미리 피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일 뿐”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사 NOS는 지난 4월 네덜란드 왕의 날에 실시된 왕실 지지도 조사에서 “설문 조사에 응한 네덜란드 국민 4분의 3은 왕실 수당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높다는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덜란드 왕실의 올해 예산은 4750만 유로 (약 640억 원)로 영국 왕실 다음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수년간 네덜란드 왕실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릭 에버스와 저스틴 마르셀라는 공주의 자필 편지를 보고 “추락하는 왕실의 인기를 만회할 수 있는 전략적인 결정이었다”고 꼬집었다. NOS의 왕실 전문 기자 알버트 보스는 “국민들은 왕실의 재정 문제에 점점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가을 예산 심의회에서 현실적인 왕실 재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코로나 규칙 무시한 왕가…“구식 군주제 포기하라”
지난해 네덜란드 왕가는 1만 명 이상의 코로나 감염증 사망자를 기록하고 국가 봉쇄정책이 펼쳐진 가운데 그리스 초호화 리조트로 여행을 간 사실이 발각되어 국민적 분노를 샀다.
특히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덜란드 국왕과 왕비가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무시하는 행태가 알려진 이후 네덜란드 왕가는 유튜브에 대국민 사죄 영상을 올린 적도 있다.
암스테르담 다그블라드는 지난 16일자 보도에서 더욱 강력한 논조로 “아말리아 공주가 진심으로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용돈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 왕정에서 내려오고 구식의 군주제를 포기할 때”라고 한술 더 떴다.
네덜란드 공주의 파격적인 결정에도 현지의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언론은 공주가 용돈 22억 원은 포기했지만 1년간 갭이어 기간의 여행 비용 및 경호 비용은 대체 누구의 돈인지 되묻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가 전시된 모습. 2020. 1. 20. ©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나라 네덜란드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예술가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작업 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등록된 예술가들에게 일시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몬드리안 재단에서는 대학 졸업 후 최소 1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신진 예술가에게 최대 6개월까지 매달 2200유로(약 300만 원), 즉 6개월간 한화 18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네덜란드였다면 창작 예술가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수령한 작가 겸 대통령의 아들과,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호화 해외여행을 즐기다 비판에 직면하자 고액의 용돈을 반려한 공주 중에서 누구를 더 염치 없다고 할까.
아니, 문씨의 경우를 떠나서라도 문씨를 지적하기 위해 아말리아 공주 사례를 끼워넣은 '아전인수'식 비교는 네덜란드 현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조금 부끄러워진다.
chahjlisa@gmail.com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