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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천병혁의 야구세상'

[천병혁의 야구세상] 0점대 평균자책점과 4할 타율…불가능에 도전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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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이컵 디그롬
[UPI=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초특급 투수로 꼽히는 제이컵 디그롬(33·뉴욕 메츠)의 올 시즌 투구 행진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는 27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2실점 했다.

웬만한 투수 같으면 만족할만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지만 디그롬이 올 시즌 유일하게 2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최악의 경기였다.

올해 13번 선발 등판한 디그롬은 78이닝 동안 삼진 122개를 뽑아내며 7승 2패,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성적이다.

평균자책점을 공식 기록으로 집계한 1913년 이후 13경기에 선발 등판한 투수의 평균자책점으로는 역대 최저 기록이다.

이제 최종 관심은 디그롬이 과연 시즌 끝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느냐다.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0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한 투수는 1914년 0.96을 기록한 더치 레너드(보스턴)가 유일하다.

그러나 부정투구가 금지되고 공의 반발력도 높아진 1920년 이후 '라이브 볼 시대(Live-ball era)'에서는 1968년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수립한 1.12가 최저 자책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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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연합뉴스 자료사진]




KBO리그에서는 선동열이 세 차례나 0점대 평균자책점(1986·1987·1993년)을 달성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불멸의 기록이다.

투수에게 0점대 평균자책점이 '마의 기록'이라면 타자에게는 4할 타율이 '넘사벽'이다.

4할 타율은 홈런보다는 단타 위주의 '데드 볼 시대(Dead-ball era)'에는 그나마 흔했지만 라이브 볼의 등장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1941년 테드 윌리엄스(보스턴)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KBO리그에서는 출범 첫해인 1982년 백인천이 세운 타율 0.412가 유일하다.

당시 우리나라가 처음 유치한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최동원과 김시진 등 간판 투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일본프로야구 출신의 백인천 감독 겸 선수가 한 수 위의 타격 솜씨로 이룩한 4할 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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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4할'에 올 시즌 강백호(22·kt wiz)가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강백호는 팀이 67경기를 치른 29일 오전까지 244타수 98안타로 타율 0.402를 기록 중이다.

타율 2위인 양의지(0.349·NC)와도 5푼 이상 차이 난다.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른 강백호는 지난 19일 두산전에서 타율이 0.396으로 떨어진 뒤 1주 이상 3할대에 머물러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25일 한화전에서 2타수 1안타, 26일 3타수 2안타, 27일에는 볼넷 3개를 고른 뒤 2루타 한 방으로 타율을 다시 4할대로 끌어올렸다.

강백호가 4할 타율을 얼마나 더 이어갈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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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인천 감독이 4할을 달성했던 1982년은 팀당 경기 수가 80경기였다.

팀당 126경기를 치렀던 1994년에는 이종범이 104경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으나 결국 0.393으로 마감했다.

2012년 김태균도 89경기까지 4할을 치다 0.363으로 마무리했다.

현재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강백호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4할 타율을 끝까지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대다수 전문가는 현대야구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과 4할 타율은 불가능한 기록으로 보고 있다.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상대를 분석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잘나가는 투수와 타자는 전 구단의 집중 견제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 불가능을 향해 뜨거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디그롬과 강백호는 이미 위대한 시즌을 만들고 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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