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이려는 기업들…PER 부풀리기 논란 지속
디즈니·워너 넣은 크래프톤…은행 비교 뺀 카뱅
자유로운 비교 기업 선정…퇴짜 놓는 금융당국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증시 활황에 기댄 하반기 대규모 IPO(기업공개) 러시를 앞두고 공모주의 고평가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증시 주변을 떠도는 거대한 유동성을 노리고 몸값을 키우려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으며, 투자자들 또한 자의적인 비교 대상 기업군의 선정 과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상장을 앞둔 대어(大魚)가 10여개 기업으로 추려지고 있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중복청약 막차를 탄 크래프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크래프톤은 최근 고평가 논란 속에서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금융감독원이 공모가 산정 근거 설명을 보완하라고 제동을 걸면서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산정에 동원된 비교 기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산정 비교기업에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했다. 게입회사가 매출 구성이 다른 해외 기업을 넣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크래프톤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업을 포함해 평균 PER를 높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크래프톤의 PER는 7개 기업 평균의 45.2배다. 이는 대형 게임사인 넥슨(12배), 넷마블(36배), 엔씨소프트(31배)를 훌쩍 넘어선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게임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와 중국에 집중된 시장의 지나친 편중도 고평가 논란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미래성장성을 감안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어 공모주 과대 책정 논란은 카카오뱅크로 번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처음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의 희망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시가총액은 최고 18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금융사 가운데 현재 3위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 총액(14조2765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에 성공할 경우 몸집은 금융사 1위인 KB금융(23조8000억원)과 신한지주(21조6000억원)를 합산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으로 미국의 로켓 컴퍼니스, 브라질의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그룹 홀딩스, 스웨덴의 노르드넷 등 4곳을 택했다. 국내 인터넷은행은 물론, 해외 유명 인터넷은행인 중국 위뱅크나 일본 세븐뱅크 등은 모두 빠졌으며, 국내 금융지주사들 또한 제외됐다.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당사의 지분증권 평가를 위해 업종 관련성, 사업 유사성, 재무 유사성 및 일반사항 등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최종 비교기업을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상장 대기 중인 SD바이오센서는 고평가 논란 속에 공모가를 조정하기도 했다. SD바이오센서 역시 비교기업의 선정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매출의 90%가 진단키트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비교 기업에 해외 바이오 기업들을 대거 넣어 평균 PER을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진단키트주인 SD바이오센서는 비교 기업에 미국 바이오 기업인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퍼킨엘머를 넣었다. 결국 금융당국에 정정 신고서를 두번이나 다시 제출한 SD바이오센서는 휴마시스, 랩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등 3곳을 비교 기업에 추가해 비교기업 평균 PER은 19.09배에서 14.64배로 낮췄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6만6000~8만5000원에서 4만5000~5만2000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약 11조7550억원이던 기업가치는 9조105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런 논란은 지난해 상장을 진행했던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前 빅히트)에서도 있었다. 하이브는 상장 당시 비교 기업에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시켜 뻥튀기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따상까지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고평가 논란 속에서 올해 초까지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기업 공개 과정에서 잇따라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데는 몸값을 높여 자본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기업들이 비교 기업군 선정 과정의 맹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비교 기업군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PER이 높은 기업을 골라 높은 공모가를 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에 증시 입성을 앞둔 IPO 대어들의 시가총액만 다 합쳐도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낸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무려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등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예상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약 19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날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의 8%가 넘는 몸집에 해당한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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