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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상사 갑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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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가 쓴 갑질 대처법 '직장인 A씨'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직장인 영하 씨는 1년 내내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상사는 영하 씨의 목덜미를 짓누르며 겁을 줬고, 따귀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업무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당황한 영하 씨가 답변을 제대로 못 하면 "이 새끼는 아직도 이걸 모른다", "돌대가리다", "인상이 좋지 않으니 웃지 마라"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영하 씨는 출근하면 상사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았다. 수면장애가 생겨 한 시간도 못 자고 출근하는 날이 허다했다. 건강했던 영하 씨는 두 차례나 응급실에 갔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노무사 최혜인의 저서 '직장인 A씨'(봄름)에 묘사된 직장은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는 디스토피아다. 갑질에 익숙한 상사들은 조금만 약한 틈을 보이면 하이에나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 듯, 거침없이 피해자들을 공격한다. 직장에 들어와 실현하고자 했던 청년들의 꿈은 한순간 사라지고, 눈앞은 지옥도로 돌변한다.

책에는 직장 갑질의 여러 폐해 사례가 담겼다. 상스러운 말을 매일 듣다가 화병이 난 희연 씨, 사택에 함께 살면서 마치 종살이 하듯 상사를 모셔야 했던 수연 씨, 상사의 눈치 속에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해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게 된 선호 씨 등의 사연이 이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운이 나쁘게도 '이상한' 상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 갑질이 상사 개인만의 문제일까. 저자는 욕설과 비정상적인 관계를 오랫동안 방치한 회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운이 좋게 직장 상사가 먼저 퇴사하더라도 말 그대로 운이 좋았을 뿐이지,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그저 "문제를 미뤄두고 방관할 뿐이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도래 속에 성과주의와 효율로 중무장한 회사는 사회초년생이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과 상사의 압박 속에 젊은 그들은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통증을 얻게 된다.

연합뉴스

'직장인 A씨' 이미지
[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를 떠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퇴사에 관해 "결코 도망치는 게 아니다"라며 "회사가 도와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직장 상사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지만 이를 방치한 회사 역시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도망칠 수 없다면 소심한 반항이라도 해 보라고 권한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막말하는 상사와 눈 마주치지 않기', '소리 지르는 상사에게 대답 안 하기', '성차별적 농담에 웃지 않기'.

저자는 이 밖에도 장시간 노동을 성실함의 척도로 보는 조직 문화, 퇴사 이후의 시간을 보장해 주는 사회제도의 부재, 폭언을 폭행으로 취급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등의 문제를 다루며 직장 내 갑질 문제를 세밀하게 살핀다.

216쪽. 1만4천800원

연합뉴스

직장 내 갑질 (CG)
[연합뉴스TV 제공]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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