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국내 환자 수가 약 1000만 명에 이를 정도의 국민병이다. 당뇨병은 병 자체만으로도 완치가 어렵지만, 관리가 안 되면 전신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심혈관 질환이다. 당뇨인의 경우 심근경색증과 같은 혈관 질환뿐 아니라 심부전의 발병도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 당뇨인의 과반수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당뇨병 합병증으로는 당뇨병 신장 질환이 있다. 당뇨인의 약 20~40%에서 나타나는 만큼 발병률이 낮지 않은 데다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만성 콩팥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문제는 당뇨병 신장 질환이 신기능 저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신장과 심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가 고혈당을 조절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 개발된 약제들은 심장과 신장과 같은 장기를 보호하며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약제가 SGLT2 억제제다. 이 치료제는 포도당과 염분이 신장에서 체내로 재흡수되는 과정을 막아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당뇨인에게서 진행된 EMPA-REG라는 대규모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심혈관 질환과 신장 질환뿐 아니라 사망률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전문가와 심장, 신장 전문가들이 동시에 놀랄 만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후에도 SGLT2 억제제의 유용성을 재차 확인한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같은 국제적 학술단체들은 죽상경화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위험 요인을 가진 당뇨인에서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신장 질환의 예방 목적으로 SGLT2 억제제를 먼저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이러한 치료 전략의 변화를 반영해 기저질환으로 심부전, 죽상경화 심혈관 질환 혹은 만성 신장 질환이 동반된 경우 치료 이익이 입증된 SGLT2 억제제를 우선하도록 진료지침을 개정했다.
더 이상 혈당만 잘 조절하는 것이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라고 할 수 없다. 혈당 조절을 기본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 비만 등 동반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고, 더 나아가 신장·심장 등 주요 장기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당뇨병 관리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당·신·심(糖·腎·心)이 안녕한 당·당·한 당뇨인이 되자. 당뇨병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당뇨병과 상호 연관된 질병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오히려 더 당당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고 김신곤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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