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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에 "건물명 영어로 쓰라" 시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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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입고 회의 참석" 강요하기도

지난달 A씨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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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의 사망과 관련,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심지어 업무와 상관 없는 시험을 보게 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이날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지난달 풀게 한 시험지를 공개했다. 시험지에는 ‘919동의 준공연도’ 등 업무와 상관 없는 내용이 눈에 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로 쓰라’는 등의 문제를 내기도 했다. 시험 후에는 채점 결과를 공개하며 망신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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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는 지난달 26일 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해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노동조합 등은 A씨가 고된 노동과 학교 측의 갑질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은 총 196명이 거주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서울대 학부생 기숙사에서 매일 대형 100리터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나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특히 병 같은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고 깨질 염려가 있어 항상 손이 저릴 정도의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은 매주 수요일 청소노동자 회의를 열면서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정장을 입을 것을,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예쁘고 단정한 복장’을 갖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대놓고 모욕하고, 볼펜과 메모지를 가져오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인사 점수를 감점하며 ‘갑질’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동조합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는 노동자 A씨의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즉시 개선해 노동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유족과 노조는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 즉각 파면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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