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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 스위스 그뤼에르 목동은 요들송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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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과 벤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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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과 벤이 여름동안 알파지를 하며 머무는 샬레. © 신정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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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뉴스1) 신정숙 통신원 = 푸른 초원 위에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농가와 얼룩소들. 우리가 흔하게 떠올리는 스위스의 농촌은 선명한 칼라의 유화 파스텔로 그린 풍경화 같다.

특히 그뤼에르 지역은 알프스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2000m 이상의 산들로 둘러싸인 곳으로 연중 강수량이 많아 풀이 잘 자라고 이 풀을 먹고 자란 젖소들의 신선한 우유로 만든 치즈로 유명하다.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들은 농가가 있는 들판에서 풀을 먹으며 지내고, 어린 소, 즉 송아지들은 여름이 되면 높은 산으로 올라가 방목을 한다.

이를 알파지(Alpage·소를 비롯해 양, 염소들이 여름 동안 신선한 풀을 먹을 수 있게 산으로 데려가 방목하는 것)라고 한다.

올해 그뤼에르 지역의 알파지는 잦은 비와 낮은 기온으로 6월 초가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송아지들은 여름이 되면 높은 산(대체로 1000m 이상, 방목이 가능한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높이)으로 올라가 신선한 풀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지내다 가을이 시작되고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그해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략 5-6개월 정도 산에서 보내는데 양과 염소도 함께 키우면서 신선한 우유로 생치즈를 만들어 장날이 되면 마을로 내려가 판매를 하는 목동들도 있다.

소를 키우는 스위스 농가는 매년 소들을 데리고 방목을 책임질 목동을 구한다. 6개월 동안 쉬는 날 없이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자연 속에서, 동물을 좋아하고, 번잡하지 않고,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는 걸 좋아한다면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8년째 즐거운 목동 생활을 하는 젊은 커플, 모건(Morgane)과 벤(Benartemi Ezahra)을 샬레에서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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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 전통복을 입은 모건과 벤. © 신정숙 통신원


올해로 8년째 알파지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스물 한 살에 이 생활을 시작했다. 모건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산으로 왔고, 벤은 오랫동안 알파지를 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고 적적하기까지 한 산속 생활이 젊은 그들에게 심심하고 따분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벤은 "이 고요함과 적막함이 좋다. 6개월간 산에서 소들을 돌보며 자연 속에서 지내는 이 시간이 좋다"고 했다.

모건 또한 "처음 이 생활을 하기로 결정할 때 부모님은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더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난 이 생활이 대학을 가는 것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물에 대해 알아가고,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을 배우고, 야채를 가꾸고, 치즈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난 그동안 많은 걸 배웠고, 산 아래에 살 때 보다 때론 더 바쁘게 지내기도 한다. 그래서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며 알파지 생활에 대한 '찐'사랑을 보여줬다.

산 속의 생활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샬레 헛간에 있는 소들을 밖으로 내보내면 밤새 헛간에 가득찬 배설물을 청소하고 한숨을 돌린다. 며칠 전 산 중턱에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도 토막내어 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아래로 내려놓고, 샬레 앞 텃밭과 산 중간에 만들어 놓은 밭에 심은 야채들도 가꾸어야 하고, 위 아래에 있는 샬레의 소들도 돌봐야 한다.

올해 이들이 관리하는 소는 100여 마리. 이 소들은 세 개의 샬레에 나누어 지내고 있다. 작년까진 돌봤던 염소는 올핸 하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매주 생치즈를 만들어 장날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어 조금 한가하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소를 관리하며 이들이 버는 수입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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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있는 모건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인다. © 신정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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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이 기간에 버는 수입은 1만 스위스프랑 (약 1200만 원)정도라고 한다. 소 한 마리당 관리비를 적용, 소들이 산을 내려갈 때까지 돌보는 비용으로 샬레 사용비(일종의 월세)를 제외하고 받는 총수익이다.

스위스 물가에 대비해 볼 때, 이 수입으론 생활이 불가능하지만 의료보험과 자동차 보험을 제외하면 지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입은 적지만 힘들지 않고, 쉽게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저축은 가능할까? 모건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우리 세대에겐 정년이란 없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모은 연금을 과연 정년이 되었을 때 받을 수 있을까? 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정년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일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돈을 좇아가며 달릴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내가 하고 싶을 걸 하면서 지금 이 시간,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면 될 것 같다."
sagadawa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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