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이란 접경 주요구역 점령…중국 접경지역에도 진출하며 '내정간섭' 선긋기
이란과 아프간 맞닿은 이슬람 칼라 국경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웃 국가와의 접경지역을 하나씩 장악하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양측의 8일(현지시간) 평화협정 체결에도 탈레반의 세력 확장 시도가 계속되면서 아프간에서 무력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8일(현지시간) 서부 헤라트주에서 이란으로 통하는 국경 이슬람 칼라 구역을 장악했다고 아프간 보안 당국자들이 전했다.
아프간 보안 병력과 세관 직원들은 국경을 넘어 도피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탈레반이 헤라트주의 5개 다른 구역에 무혈 입성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타리크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국경 지역이 여전히 정부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지난주에도 탈레반은 이란,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중국, 파키스탄 등 다른 5개 이웃 국가와의 접경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이주 초에는 아프간 보안 병력 1천 명 이상이 북부 바다크샨주에서 탈레반을 피해 타지키스탄으로 달아났다.
또한 우즈베키스탄과 이웃한 북부 발크 지역에서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프간 국방부는 전날 탈레반의 급습을 받았던 서부 바드기스주 주도 칼라에나우를 이날 탈환했다고 밝혔지만, 바드기스주 다른 구역들은 탈레반의 수중에 있다.
미국이 20년 만에 아프간 철군을 결정하고 이행하는 가운데 탈레반은 정부군을 공격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바이든 아프간전 미군 철군 딜레마 (PG) |
올여름에만 아프간 지역 3분의 1을 장악한 탈레반은 중국과 접경 지역까지 밀어붙이면서 중국 달래기에도 나섰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아프간이 국경을 맞댄 중국 땅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로, 탈레반은 신장위구르의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과 연계됐던 전력이 있다.
중국은 신장 자치구 내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외국 기관들에 '내정 간섭'이라며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탈레반은 내정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중국 정부의 묵인을 끌어내고자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한 탈레반 고위 간부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이나 미얀마, 중국 등 어디에서든 무슬림 탄압에 신경을 쓴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바로 중국의 내정 문제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도 미국과 했던 철군 합의의 조항을 들어 "우리는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도 아프간 땅을 미국과 그 동맹국, 중국을 포함해 다른 어떤 나라에든 대항하는 데 이용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전쟁은 갈등 해결의 방법이 아니라는 데 합의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내전을 지속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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