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혐의로 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오른쪽)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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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누설' 이태종과 '재판 개입' 임성근의 변호인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피고인과 변호인의 인연은 37년 전인 1984년, 사법연수원 동기 때로 올라갑니다. 피고인은 평소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을 가진 전형적인 외유내강 선비형 법관입니다. 어떤 다른 저열한 목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리라 누구 보다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측 변호인)
"피고인과 대학교·사법연수원 동기로 초년 법관부터 같이 근무한 '절친'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피고인은 친구 입장에서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로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변호인이 아는 피고인의 품성이 이 사건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안타깝습니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 변호인)
최근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된 '사법농단' 사태 연루 법관들의 최종변론에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있다. 피고인과 학창 시절부터 두터운 인연을 쌓았다는 변호인은 '학연', 나아가 '군연'까지 강조하며 '내 친구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법대와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판사 출신 변호인이 발 벗고 나서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수사 기밀 누설 법관'에 맞서는 '외유내강 선비형 법관'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은 법원 집행관 비리 관련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변호인 김상준 변호사(15기)는 8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법원장의 평소 '인물평'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본 변호인은 최종변론에 앞서 안타까움을 피력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피고인 유·무죄 판단에는 속마음과 의사 파악이 굉장히 중요하다. 검찰이 의심하는 목적을 파악하려면 사람의 품성까지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며 "(법원 비리) 수사 저지가 저열한 행동이라는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본 변호인이 아는 피고인은 그것과 완전히 반대쪽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1984년 사법연수원 동기로 처음 만나 함께 군 복무를 하고, 동료 법관으로서 오랜 시간 이 전 법원장을 봐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이기에 앞서 (이 전 법원장을 지켜본) 증인의 입장으로서, 피고인은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을 가진 전형적인 외유내강 선비형 법관이다. 업무수행도 너무 철두철미하게 한다는 게 인물평일 정도"라며 "피고인은 비리 시정 차원에서 철저하게 업무를 이행할 것을 지시했을 뿐 다른 저열한 목적의 행동을 하지 않았으리라 누구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피고인의 기본적 품성과 인간됨을 두루 살펴 합당한 판단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법원 집행관 비리 관련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법관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가운데)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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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의 호소 "임성근은 매우 가난한 법관"
재판 개입 혐의로 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17기)와 변호인 윤근수 변호사(17기)는 대학교·사법연수원 동기다. 법관으로서 첫발을 뗀 때도 1991년 부산지방법원으로 같다. "중요사건을 변론할 능력은 없지만 친구인 피고인이 재판받는 걸 지켜볼 수 없어 합류했다"는 절친한 사이다.
윤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한편 정상 참작 요소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절친'이기에 알 수 있는 내밀한 부분이었다. 윤 변호사는 "피고인은 재직 당시 재산을 공개한 법관 150명 가운데 하위 2~3등이었던 매우 가난한 법관이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퇴직 뒤 받게 될 연금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게다가 외동아들로서 고향에 혼자 계신 노모를 부양해야 하고,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두 아들과 전업주부인 배우자까지 돌봐야 하는 절박한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을 떠난 피고인이 새로운 자리에서 생업을 꾸려야 하는 사정을 종합해 큰 불이익이 없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파면되면 따라올 변호사 취업제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연은 어떻게든 등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했다고 조사된 사건 재판장 이동근 전 부장판사(22기)를 언급할 때다. 윤 변호사는 이 전 부장판사의 고향·군 법무관 선배라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이 전 부장판사는 본인 소신이 뚜렷하고 고집 있는 사람으로, 평소 친하게 지낸 임 전 부장판사로서는 '이래하면 어떻겠노?'라고 조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전우'에게 재판에 관한 조언을 건넸을 뿐이고, 소신이 뚜렷한 이 전 부장판사가 휘둘린 일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지난 3월 24일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왼쪽부터)과 이영진 수명재판관, 이미선 수명재판관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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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전 법원장과 임 전 부장판사 모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은 잘못이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 전 법원장은 당시 기획법관의 부적절한 누설 행위는 사실로 인정됐지만 그의 지시로 누설이 이뤄졌는지 불명확하다는 판단에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들이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사법농단 연루 법관 중 첫 유죄 판례가 나왔고,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 됐다. 쉽지않은 흐름 속에 수십 년 전 학연·군연까지 언급하며 무죄를 호소한 '친구'의 최종변론은 빛을 발할까. 임 전 부장판사는 8월 12일, 이 전 법원장은 같은 달 19일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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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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