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초복 대목 상인들 매출 '뚝'…보상 피해 산정 막막
춘천 외곽 물 끊겨 시민 '분통'…자정께 정상화 예정
12일 강원 춘천시 남면 후동리에서 음식점을 하는 오모(55)씨는 가득 쌓여 있는 설거지 그릇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수로 수북이 쌓인 음식점 그릇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 어느 정도 매출에 기대를 걸었던 지난 초복(11일) 때 단수로 장사를 못한 좌절감으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지역은 나흘째 수돗물이 끊겼다.
춘천에서는 지난 9일 오후부터 물을 공급하는 소양취수장 펌프 밸브 파손으로 단계적으로 물이 끊겼으나 긴급 복구를 거쳐 9시간여 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이 마을을 포함해 외곽마을 곳곳에는 나흘째인 이날까지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음식점 앞에는 살수차 지원으로 임시로 물을 담아 놓은 물통이 줄지어 있고, 주방에는 제때 씻지 못한 그릇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음식점 앞에 놓인 임시 물통 |
그는 "이날 오후 6시께 정상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또 자정까지 늦어진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음식점 특성상 육수를 8시간은 끓여야 하는데 물이 나오더라도 흙탕물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내일 장사도 제대로 못 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물이 공급되는 지역의 일부 가정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누런 녹물이 나오거나 소독약 냄새가 강하게 난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꼭지에서 녹물' |
그는 "단수가 될 가능성을 감지했으면 미리 공지해 주었더라도 이 같은 불편은 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춘천시가 지난 9일 오후 2시부터 수돗물 공급 중단 조치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단수 시작을 알리는 문자를 당일(9일) 오후 2시 25분께 보낸 것을 두고 한 지적이다.
인근 마을에 사는 신모(56)씨도 때아닌 '물 동냥'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씻는 것은 물론 빨래는 엄두도 못 내는 등 피난민 처지나 다름없다.
신씨는 "생활용수가 끊겨 물을 나눠주었지만, 정작 우리 집은 한 통의 물도 얻지 못하고 이웃 주민에게 물 동냥을 했다"며 "화장실 변기에 물을 부어 겨우 생활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외곽 농촌마을에 단수가 많은 탓에 일부 가정은 지하수 물을 끌어 올려 임시로 사용하는 처지다.
춘천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피해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상인과 주민들은 보상의 근거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살수차 동원 남면 마을에 물 공급 |
남면의 한 상인은 "저희 음식점은 장소를 옮긴 지 두 달여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피해를 집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힘들고 바쁜데 자료를 제출하라는 등 탁상행정으로 혼란만 가중할 것으로 보여 세금 감면 등으로 방법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춘천지역은 지난 9일 오후 2시께부터 소양취수장 취수펌프 밸브 연결부위 파손으로 인해 시내 전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후 도심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이 9시간여 뒤에 정상화됐지만, 고지대나 외곽 일부 마을은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았고, 일부 마을은 나흘째 단수로 불편을 겪고 있다.
춘천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 마을을 포함해 발산리, 추곡리, 가정리, 서면 당림리 등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식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춘천 남면 지역에 생수 지원 |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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