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판결 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이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자, 중국 외교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성명과 관련해 “남중국해 영토 주권과 해양권 분쟁을 의도적으로 꺼내 지역 국가 간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권과 권익은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충분한 역사적·법리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상설재판소(PCA)가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를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국들과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며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과 주변 국가들은 남중국해 행동 준칙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큰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 등 역외 국가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지역 국가들의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헌장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법을 준수해 중국의 주권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은 주권과 안전을 확고히 지키고 지역 국가와의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하게 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이 11일(현지시간) 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 5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에서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가 남중국해보다 크게 위협받는 곳은 없다”며 “중국이 동남아 연안 국가들을 압박하고 겁줘서 이 중대한 글로벌 항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양측은 미국 군함 벤포드의 항행의자유 작전(FONOP)을 두고도 충돌했다. 미 해군 7함대는 이날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벤포드가 국제해양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남중국해 북서부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군 남부전구 톈쥔리 대변인은 남부전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미국 군함이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중국 영해에 무단 침입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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