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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예술 DNA가 없다? 바이올린 거장의 인종차별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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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핀커스 주커만 맨해튼음대(MSM) 교수. [사진 제공 = 맨해튼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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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음악가가 한국인 등 아시아계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가 속한 유명 음악대 학장이 이를 덮기에 급급하자 뉴욕 음악인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의 주인공은 바이올린 거장이자 지휘자로 활동하는 핀커스 주커만 맨해튼음대 교수(72)다. 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 줄리아드스쿨 주최로 열린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수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음악 실력을 공개적으로 비하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중계된 수업에서 아시아계 자매 학생에게 "좀 더 노래하듯이 연주해보라"고 주문했다. 이후에도 연주가 미흡하다고 생각한 주커만 교수는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래한다'는 표현은 단순히 악보에 따라 정확한 음을 내는 것을 넘어 음악적으로 연주를 훌륭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연주자가 "한국인이 아니다"고 답하자 "그러면 어디 출신이냐"고 되물었다. 연주자가 일본계 혼혈이라고 답하자 "일본인도 노래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은 수업 끝에도 반복됐다. 주커만 교수는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그들의 DNA에 없다"고 말했다. 줄리아드음대는 동영상에서 문제가 된 발언 부분을 삭제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아시아계 음악인들의 공분을 샀고 뉴욕타임스(NYT)는 물론 바이올리니스트닷컴 등 음악 전문지들도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주커만 교수는 "내가 사용한 단어들은 문화적으로 둔감한 것이었다"며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는 글을 썼고, 불편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파장이 커졌지만 주커만 교수가 속한 맨해튼음대는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제임스 갠드리 맨해튼음대 학장은 학교 내부 공지문을 통해 "그가 사과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며 마스터클래스 중에 표현한 언어와 생각이 그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맨해튼음대에서는 지난해 이보다 경미한 발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봄 학기 도나 본 오페라 예술감독은 온라인 수업 중에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이 담긴 작품을 상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 "연결을 끊으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를 해임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발언 수위가 본 예술감독보다 높고, 이에 대해 음악계는 물론 NYT 등 미국 유수 언론까지 비판하고 나섰지만 주커만 교수에게 가해질 징계는 없을 전망이다.

주커만 교수는 팬데믹 이전에 자주 내한 공연을 열어 거액의 개런티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인 주커만 교수는 1967년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정경화와 공동 우승했다.

뉴욕의 한 음악계 인사는 "맨해튼음대에는 주커만 교수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이 있고, 유대계 후원자가 매우 많다"며 "워낙 '빅 네임'이고 학교에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학교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음악인들은 소셜미디어에 '보이콧 주커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과거 문제 발언들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주커만 교수의 인종차별 발언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도 향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영상에 따르면 주커만 교수는 "중국인은 결코 메트로놈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빠르고 시끄럽게 할 뿐"이라며 중국인을 비하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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