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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최저임금 1만원' 실패한 文…'널뛰기 인상률' 혼란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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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유선일 기자, 유효송 기자] [MT리포트]최저임금 1만원은 없었다 (上)]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文공약 '1만원 최저임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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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2021.7.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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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공약 1만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9000원대에 진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에도 다소 못미쳤지만 100원이 모자랐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으로 올해보다 월 9만1960원이 인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2022년 최저임금'을 시급 916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4명이 퇴장하면서 남은 23명의 표결은 찬성 13, 기권 10이었다. 의결된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 고시된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공익위원들의 최종 단일안에 집단 퇴장할 정도로 모두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9160원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현실을 외면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무력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일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퇴장한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안전망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였다"며 "하지만 올해 문 정부 마지막 심의에서도 1만원에 근접한 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노총도 "코로나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저임금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수준은 최저임금노동자의 삶을 개선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논평했다.

공익위원 단일안으로 최저임금이 최종 의결된 배경과 관련 공익위원들은 각종 회복 중인 경제수치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각 3개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해 4.0%를 구했다"라며 "여기에 3개 기관의 올해 평균 물가 상승률 전망인 1.8%포인트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0.7%포인트를 뺐다"고 말했다. 계산해보면 5.1%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을 적용해 9160원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계산법에서 취업자 증가율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 임금은 하향 조정되기 때문이며 과거에도 같은 계산법이 사용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전과 같이 3개년 평균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예외적인 시기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정부의 연평균 상승률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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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최대·최저 인상률 오간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못지켜 송구

이번 최저임금은 사상 최고 인상률과 최저 인상률을 오간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최저임금 의결이어서 노사 모두 촉각을 세웠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임기 초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면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고 집권 첫 해부터 파격적인 인상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폭은 노사 관계자들과 공익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하는 시스템이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에선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선 대통령이 이미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임기 첫 번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듬해인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의결했다. 전년 6470원에 비해 16.5% 인상된 수치였고 사상 최대 인상률이었다. 노동계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영계의 반발이 나오면서 인상률이 둔화했고 이후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 지난해 8590원, 올해 872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인 1.5%였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9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 "사실상 (임기 내 지키기) 어렵다"며 "정부는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두 번에 걸쳐 한자릿수로 인상하다 보니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지키기 어려워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의결이 다가오자 사용자 측은 줄곧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면서 협상에 나섰다. 노동계는 우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소 6.2% 인상된 9260원은 돼야 이번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7.4%)와 같은 수준이라며 압박했다. 1만원 공약 실현은 어렵더라도 이전 정부 평균 상승률 수준을 최저로 정한 셈이다.

이후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전원회의에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1만800원을 요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측이 동결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근로자위원들은 제8차전원회의에서 360원 인하한 1만440원으로 첫 번째 수정안을 내놨다. 반면 사측은 현행 최저임금보다 20원 높은 8740원을 제출했다. 이날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사측의 수정안에 반발해 올해 최저임금위 회의에서 처음으로 퇴장했다.

마지막 제9차전원회의에서도 합의에 이르기까진 험난했다. 최종 1만원과 8850원을 제출해 격차를 1150원까지 좁히긴 했지만 여전히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이 12일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자정을 넘긴 끝에 공익위원들은 단일안 9160원을 제시했다. 이번엔 사용자 위원들이 반발해 집단 퇴장했지만 끝내 9160원으로 의결됐다.




文이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결국 무산···실패한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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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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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결국 무산됐다.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낮았다. 명목가치 뿐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로 따져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까지 겹치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당초 문재인 정부가 꿈꿨던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밤 전원회의에서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8720원보다 5.1% 높은 9160원으로 의결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해인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는데, 결국 이루지 못한 셈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근로자 소득을 키우면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최대 열쇠였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파견됐던 한 중앙부처 간부는 "2017년 자문위 파견 당시 '다른 공약은 몰라도 최저임금 1만원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4% 높은 7530원, 2019년도엔 10.9% 올린 8350원으로 결정하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2017년 31만6000명에 달했던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이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하는 등 고용난이 심해지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정부의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속도조절 속에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0년 2.87%, 2021년엔 1.5%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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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7.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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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에서 명목가치 기준으로나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가치 기준으로나 박근혜 정부 때보다 오히려 못한 결과를 남겼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3년 486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임기가 끝난 2017년 6470원까지 올라 연평균 상승률이 7.41%였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98에서 102.9로 올라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22%였다. 물가상승분을 뺀 연평균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6.19%로 산출됐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임기가 시작된 2017년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2022년 9160원으로 올라 연평균 상승률이 7.20%였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2.9에서 108.8(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한 수치)로 올라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12%였다. 이에 따른 연평균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은 6.08%에 그쳤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0.11%포인트 낮았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경제성장률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면서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됐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3.2%에 달했지만 2018년 2.9%, 2019년 2.2%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0.9%로 추락했다.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이 4.2%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후기 케인지언(케인즈학파)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성장'을 정부가 변형해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제학적 정합성·내생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 주류 경제학에는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을 기초로 한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적 용어로 '사중손실'(수요와 공급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의 손실)을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며 "하나의 파이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양보한 몫이 있는데도 전체 파이가 줄어들면서 노동자가 갖게 되는 파이 역시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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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면 물가 오르고 일자리 줄어" vs "그때 그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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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440원(5.1%) 높인 9,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공식적으로 무산됐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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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5%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터여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440원) 올린 시급 9160원으로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으로 정해졌다.

2015년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발표한 '한국의 최저임금과 고용·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1년 전 산업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10% 인상됐을 때 전체 임금은 평균적으로 약 1%, 물가는 연도별로 약 0.2~0.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에 따르면 이번 인상에 따라 물가가 최대 연간 0.2% 정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물가 상승이 일상 생활과 밀접한 외식비 등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1988~2017년 최저임금과 물가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니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0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요 외식비의 연평균 상승분 중 최대 39%가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가는 반드시 오르게 돼 있고 10원만 오르더라도 한계기업들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코로나19(COVID-19) 시국에서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임금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 고용률은 0.4~0.9%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자료에 따르면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13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6000명(10.8%) 감소했다. 고용원을 해고하고 영업을 하거나 폐업했다는 뜻이다. 직원이 많을수록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충격에는 더 취약하다. 송 교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비율이 줄고 있는데 임금 인상으로 인해 더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이 곧장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바로 가격으로 전이되지는 않는다"며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 노동 공급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덜 탄력적이기 때문에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뚜렷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인상이 가격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결국 경기와 노동시장 상황에 달려있다"며 "서비스 가격이 조금 오르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따져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물가로 반영되는 상황은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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