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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상반기만 사직 판사 80명…사법농단 여파에 취업제한 강화 맞물려 [쏟아지는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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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80명대 판사 사직…이례적 현상

지방법원 부장판사 61명중 11명 김앤장이 ‘싹쓸이’

‘사법농단’ 여파, 인적 쇄신…우수 자원 법원 떠나

매출액 100억원 이상 로펌 취업 제한도 원인 지목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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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좌영길 기자] 올해 상반기에만 80명이 넘는 판사들이 법원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관 변호사’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와 ‘사법농단 사태’로 인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인적 쇄신, 전관 변호사 수임 제한 기간 확대 입법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7월을 기준으로 올해 퇴직 판사는 임기 만료인 박상옥 대법관 등을 제외하고 총 8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연임신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원을 떠났다. 상반기에만 80명대가 사직을 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법원장을 포함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급 고위직 판사들만 20명이다. 지난해는 사망자와 임기 만료인 판사들을 제외한 퇴직 판사는 6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형로펌에 취업했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직행할 수 없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20명을 제외한 퇴직 지방법원 부장판사 61명 중 11명이 ‘1등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법인 태평양 4명, 법무법인 광장 3명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6대 로펌으로 간 인력만 21명이다. 퇴직 지방법원 부장판사 3분의 1이 국내 주요 로펌으로 간 셈이다. 변호사시장에서 ‘전관로펌’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도 2명을 영입했다. 업계 1~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은 특히 법원행정처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을 중심으로 능력이 검증된 자원을 영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급 판사들도 대부분 연매출 100억원 이하 중소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명 중 13명이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를 맡거나, 기존 사무실에 합류하는 형태로 새 법무법인을 만들었다. 법조계에서는 자문계약이 많은 대형로펌에 비해 송무 업무 비중이 큰 중소형 로펌이 소위 ‘전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법원 내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판사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한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직퇴임 후 최대 3년간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도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해당 개정안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일선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에 들어올 때부터 능력이 우수하고, 재판도 잘하는 위에서도 인정받는 분들이 나가는 건 법원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차피 퇴직을 하시려 한 분들은 사건 수임 제한이 3년으로 늘어나는 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나가시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출액 100억원 이상 로펌 취업 제한 규정 등 역시 법관들이 포화한 변호사 시장에 하루빨리 자리를 잡으려 하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로펌·회계법인·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등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취업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관’ 판사들끼리 로펌을 만들거나, 개인사무소를 차리는 것은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아예 개업을 못 하게 하는 것 역시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에 입법도 어렵다.

법원이 전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도입한 ‘평생법관제’ 역시 인력이탈을 방지하기보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다른 제도들과 맞물려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로 사건 자체를 실적으로 생각하고 처리하는 경향은 줄었을지라도, 판사로서 열심히 일한 보상 역시 함께 사라졌단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좀 더 내가 법원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면 승진한다는 유인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준 것이 판사들이 다른 길을 찾으려는 원인으로 보인다”며 “취업 제한 규정에 대형로펌도 자리가 찰대로 차고 서초동에 단독 개업하는 것도 힘드니, 1년이라도 빨리 개업을 해야겠다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법원장 추천제’ 등 새 인사제도들도 영향을 줬단 지적이 나온다. 법원장 추천제 도입으로 법원장 자리도 줄어든 상황에서, 법원장 재직 후 계속 다른 법원의 법원장으로 근무하던 예전과 달리 다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복귀해야 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행정업무를 보던 50대 중후반 법원장급 법관들이 다시 재판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는 등 재판 업무를 하는 데 나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단 분석이다.

배석판사가 없는 경력 대등재판부(대등재판부)의 확대도, 판결 초고부터 법원장을 마친 중년의 판사들이 다시 써야 한다는 점에서 재판연구원의 충원 없인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을 시작으로 대등재판부를 확대하며 고위 법관이 정년까지 재판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평생법관제’ 정착에 나섰다. 경력 대등재판부란 지위, 법조경력, 사법연수원 기수 등이 실질적으로 대등한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관 3인이 주심과 재판장을 번갈아 맡는 재판부를 뜻한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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