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센터 탐방 - 시화병원 심·뇌·혈관센터
환자 도착 후 1시간 내 처치 목표
세부 센터 3곳이 전신 집중 치료
시흥서 유일한 지역응급의료센터
시화병원 의료진이 모여 수술 난도가 높은 고령의 복부 대동맥류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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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서 근무하는 김모(55)씨는 얼마 전 직장에서 갑자기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발음이 어눌해지다가 의식을 잃었다. 김씨는 인근의 시화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이 병원 심·뇌·혈관센터 의료진이 바로 투입돼 ‘경동맥 폐쇄’ 진단과 함께 1시간 내 경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해 뇌 속 혈관을 막고 있던 혈전을 빨아들였다. 김씨는 일주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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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혈관 주치의’ 역할 20여 년
김씨처럼 응급 혈관 질환이 발생할 때 그간 ‘응급 처치 사각지대’로 꼽혀온 시흥시 일대가 ‘응급 처치 안전지대’로 탈바꿈했다. 바로 지난해 11월 시화병원이 신축 건물로 확장 이전하면서다. 시화병원은 확장 이전과 함께 본관 3층에 심장·뇌혈관을 포함, 전신의 혈관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심·뇌·혈관센터’를 개소했다. 지난 2월 시화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시흥시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되면서 이곳 센터는 시흥시 내 혈관 응급 질환 진단·치료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흥시에서는 그간 심·뇌혈관 등 혈관의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천시, 경기도 안산 등 인근 도시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 1998년 개원한 시화병원도 확장 이전 전까지는 혈관조영실이 없어 응급 혈관 질환자에 대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하지만 센터 내 혈관 조영실을 갖춘 지금은 응급 혈관 질환자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이 센터는 응급 처치 시 해당 과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체제를 개편했다. 시화병원에선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심·뇌·혈관센터 담당 전문의를 즉각 호출한다. 24시간 전화 대기 시스템을 가동해 당직 중인 심장·혈관내과, 흉부외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등 센터 내 담당 진료과의 전문의가 달려와 센터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한다. 응급환자 도착 후 1시간 이내에 치료를 마무리하는 배경이다.
시화병원 ‘심·뇌·혈관센터’가 여느 병원의 ‘심·뇌혈관센터’와 명칭이 다른 데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뿐 아니라 팔다리·흉부·복부 등 전신의 각 혈관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심·뇌·혈관센터는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중재적치료센터 등 3개의 세부센터를 가동한다.
그중 ‘심장 혈관’을 담당하는 심혈관센터는 관상동맥조영술과 병행하는 중재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추가 시술’에 특화했다. 중재시술은 혈관을 통해 카테터·스텐트 등을 삽입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수술과 달리 절개 없이 손상·부담을 최소화하는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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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수술은 다학제 진료로 해결
그런데 이들 환자의 약 10%는 혈관이 완전히 막힌 만성 폐색병변이거나 칼슘이 쌓이면서 혈관이 딱딱해진 고위험군으로, 중재 시술 성공률이 50~60%로 낮고 시술 후 혈관 파열, 악성 부정맥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시화병원에선 추가 시술을 통해 시술 성공률을 높였다. 김기창 심혈관센터장은 “특수 와이어와 로타불레이터(작은 드릴)를 사용해 혈관을 개통하면서 중재 시술의 성공률을 80% 이상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뇌혈관’을 담당하는 뇌혈관센터는 5개 병상을 배치한 ‘신경 집중치료실’을 마련했다. 구민우 뇌혈관센터장은 “2차 병원에서 보기 힘든 신경 집중치료실은 뇌혈관 세부 전문의 3명,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급성기 뇌혈관 환자의 혈압, 신경학적 상태를 실시간 관찰해 의료진이 신속히 대처한다”고 덧붙였다. 급성 뇌졸중 환자에게서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 코일 색전술을, 뇌경색 환자에게는 혈전제거술을 시행해 후유증·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전신 혈관’을 담당하는 중재적치료센터는 흉부·복부의 대동맥, 팔다리의 말초 혈관·정맥 질환을 시술한다. 중재적치료센터장을 겸임한 전용선 심·뇌·혈관센터장은 “중재 시술은 대동맥 스텐트 그라프트 치환술 및 투석 환자의 혈관 치료 등 개복이나 절개 없이 하는 비침습적 치료다”고 강조했다.
시화병원 심·뇌·혈관센터는 다학제 통합진료를 기반으로 고난도의 술기가 있어야 하는 중증의 혈관 질환자를 위해 최적의 치료법을 빠르게 설정해 실행한다.
또 이 센터는 최첨단 혈관조영 장비인 ‘아티스 원’과 ‘아티스 지 퓨어 바이플레인’을 갖췄다. 환자의 전신 혈관을 최고 수준의 해상도이자 3D의 입체로, 미세혈관 병변을 정밀하고 선명하게 촬영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곳 센터의 지난달 치료 건수(450건)는 지난 1월(320건) 대비 5개월 만에 40% 이상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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