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카카오내 사내 벤처에서 1인 TF로 시작
6년만에 IPO까지 이르러..플랫폼 전략 주효
윤호영 대표, 최소 200억원 갑부 대열 합류
2015년 봄 윤호영(카카오 사내 명 대니얼)은 혼자였다. 인터넷은행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제안을 당시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임원 다수가 반대했다. 규제 산업인 은행업을 이제 막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난 카카오가 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카카오페이라는 핀테크 서비스도 있는데 굳이 은행업 라이센스를 딸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 반응도 나왔다.
그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인터넷은행에 대한 도전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다음카카오 내부 임원들 설득에도 성공했다. 그해 초여름 모바일뱅크TF가 출범했다.
임원진의 우려와 달리 젊은 직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TF를 꾸리겠다고 하자, 카카오 사내 특유의 ‘손들고 일어나’ 문화가 발동됐다. 이는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직원은 누구나 자원해서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 내 독특한 사내 벤처 육성 문화다.
처음 모바일뱅크 TF 팀장이자 혼자 팀원이었던 윤 대표는 그해 여름 내부 2명, 외부 1명의 직원을 받았다. 그렇게 윤 대표만의 1인 사업체는 4인 TF로 조직됐고 본격적인 인터넷은행 인가 준비에 들어갔다. 2015년 당시만 해도 누구도 카카오뱅크가 시가총액 20조원 가까이 되는 거대 은행이 될지 상상도 못했다. ‘그들의 말처럼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더 앞섰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
카카오뱅크, IPO를 선언하다
20일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했다. 8월 카카오뱅크 주식 상장을 앞두고 정식으로 투자자와 기자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였다.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이었던 모바일뱅크 TF가 출범한 지 6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이 되던 시점이었다. 윤 대표는 감회에 찬 듯 “애지중지 키운 딸을 자본시장과 결혼시키는 아버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20일) 윤호영 대표는 기업공개를 통해 6545만주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최상단 3만9000원이 공모가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자금은 중저신용 이용자 대상 대출 확대 등을 위한 자본 적정성 확보를 비롯해 우수 인력 확보 및 고객 경험 혁신, 금융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금융기술 연구개발(R&D),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최상단 공모가를 적용해 총 18조원으로 예측됐다. 상장 첫날 주가가 올라간다면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의 기업가치(23조원)도 앞설 수 있다. 금융업계 메기가 고래가 되는 순간이다.
카카오뱅크 52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윤호영 대표는 거부의 대열에 합류한다. 공모가 기준으로만 그의 지분 가치는 약 200억원이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160% 뛰는 ‘따상’이 되면 그의 카카오뱅크 지분 가치는 500억원대를 넘는다.
10년도 안된 짧은 시간에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에서 초기 개발자를 영입했고, 카카오톡이 성공했던 전략을 그대로 따왔다. 사용자들의 방문 수, 곧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투자를 출혈적으로 하는 ‘플랫폼 전략’이다. 이런 플랫폼 전략은 상장 대기업이나 기존 금융사들은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손익에 민감한 주주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송금·ATM사용 수수료 등을 카카오뱅크가 내줬다. 1년에 수백억원 비용이 발생했지만, 트래픽을 모으기 위한 ‘비용’으로 봤다. 라이언 등 카카오의 캐릭터도 소비자들에게 통했다. ‘라이언 카드’를 갖기 위해 카카오뱅크에 가입하는 일도 2017년 7월에는 비일비재했다.플랫폼 전략 덕에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기준 161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은행 앱 기준 1위이고, 국내 앱 기준 전체 14번째다.
카카오뱅크는 다른 금융사보다 개발자도 손쉽게 확보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에서 실제 앱을 개발했던 이들이다. 보다 소비자들에게 편리하면서도 가볍게 앱을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오픈소스(poen source) 프로그램 개발 언어인 리눅스를 앱 개발에 썼다. 기존 은행들이 썼던 유닉스보다 가볍고 유지·보수 비용도 저렴했다. 개발자 저변도 넓었다. 윤호영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개발 문화 자체가 다르고 핵심 역량 격차 또한 크기 때문에 다른 곳이 쉽사리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카카오뱅크 총자산 (자료 : 카카오뱅크 공시 자료) |
정신차린 금융 공룡들과 ‘맞장’ 앞둔 카카오뱅크
다만 카카오뱅크가 계속 성장할지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내달 국내 코스피시장 상장을 앞두고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비교 대상인 KB금융과 신한금융 등이 매년 3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면서도 기업 가치는 20조원을 겨우 넘고 있어서다.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사 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담겨 있다.
윤 대표는 이날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은행이라는 점에서 기존 은행과는 영업모델이나수익성 구조 측면에서 출발부터 다르다”며 “국내에선 비교대상이 없어, 해외에서 비교군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평가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카카오뱅크만이 가졌던 ‘독특함’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등 기존 은행들은 빅테크 개발자들을 잇따라 영입하는가 하면 모바일 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의 앱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의 편의성 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 시스템 및 압도적 앱 트래픽, 카카오 계열사간 시너지 등으로 기존 금융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역량을 갖췄다”면서도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또 다른 돌파구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IPO로 자본이 확충되면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모바일뱅크를 설립해 글로벌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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