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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이번엔 베이조스…우주 관광, 당신도 곧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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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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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세계 최고의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20일(미국 동부시간) 사상 첫 민간 상업 우주 여행을 성공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오전9시12분쯤 텍사스 밴혼 지역의 우주 공항에서 자신이 설립한 블루오리진사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약 11분간 비행해 고도 107km에 도달, 무중력상태와 지구 대기권 모습을 관람하고 무사히 안착했다. 베이조스는 동생 마크 외에 82세 전직 우주비행사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소년 올리버 데이먼과 동행했다. 특히 데이먼은 수백만달러의 티켓값을 낸 것으로 알려져 역사상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여행의 손님이 됐다. 베이조스는 "우주에 갔던 모든 사람은 지구의 아름다움과 연약함을 확인한 뒤 놀라고 경이로워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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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우주 여행일까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베이조스는 지난 11일 첫 민간 우주 여행에 성공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보다 9일 더 늦게 우주 여행을 실행했다. 라이벌 관계로 널리 알려진 일론 머스크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고 종종 자존심을 겨루는 베이조스의 우주에 대한 집착을 감안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우주’의 경계선을 둘러 싼 논쟁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쉽게 풀린다. 현재 유럽우주국(ESA)과 국제항공연맹(FAI) 등 대부분의 국가와 우주 관련 국제단체들은 해발고도 100㎞인 ‘카르만라인(Karman Line)’을 공식적인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사용한다. 그런데 브랜슨 회장은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고도 88㎞까지 올라간 것이 고작이다. 따라서 베이조스 입장에선 브랜슨 회장은 ‘우주’에 다녀 온 것이 아니다. 반면 베이조스가 탄 블루 오리진의 탄도형 로켓 뉴셰도우는 준궤도형 우주비행기로 100km 고도까지 상승해 본격적인 우주 여행을 했다.다만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연방항공청(FAA), 미 공군에서는 우주와 지구의 경계를 80㎞로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두 사람의 우주관광을 계기로 우주와 지구 간 경계 고도를 100㎞에서 80㎞로 해야 한다는 과학적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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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기술 어디까지 왔나

우주관광의 대중화를 위해선 먼저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우주여행객들의 안전한 여정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이 연속된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 끝에 결국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스페이스X도 11차례나 스타십의 폭발 사고를 겪었다. 버진갤럭틱도 2004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4년 조종사 사망 등 폭발 사고로 17년 만에서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에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논의와 준비도 필요하다. 실제 브랜슨 회장 일행은 물론 베이조스의 동료들 중 아무도 보험에 든 사람이 없어 미국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을 정도다.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성층권, 저궤도 우주여행의 대중화는 최근의 기술개발 속도를 볼 때 비교적 가까운 장래에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달·화성을 갔다 오거나 착륙하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줄여야 한다. 현재처럼 돈이 많이 드는 한 우주관광은 억만장자들의 허영심 충족 수단이 될 뿐이다.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티켓은 25만달러(약 2억8600만원)였다. 브랜슨 회장이 우주에 머문 시간은 고작 4분. 블루오리진사의 뉴셰퍼드의 탑승권 가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한 탑승객이 티켓 경매에서 지불한 돈은 2800만달러(321억3000만원)에 달했다. 스페이스X가 계획 중인 ISS 관광 프로그램의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2019년 6월 NASA가 발표한 ISS 체류 비용은 1인당 631억원이었다.

그러나 우주여행의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라는 벤처 기업은 열기구 형태의 성층권 비행선을 띄워 고도 30㎞ 상공까지 올라가 지구의 둥근 가장 자리를 보고 내려오는 우주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런 방식은 비용이 1인당 몇 만달러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여행객들도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아도 돼고 우주선·로켓이 아니라 폭발의 위험성도 적어 이른 시일 내 대중화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선의 재활용도 필수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이 잦은 폭발 사고에도 저비용·청정 연료인 액체메탄으로 로켓을 개발하는 것도 재활용을 통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사체와 캡슐을 재활용해 10회만 써도 현재 평균 1000억원 정도 투입되는 우주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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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관광도 훈련받나

일반인들은 전문적인 우주인들처럼 주어진 임무에 따른 다양한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무중력 우주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는 우주여행이라면 건강·정신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중력 우주환경에 적응해 생활하기 위한 훈련이 필수 코스다. 우주선 발사나 귀환 시의 다양한 준비사항도 배워야 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는 후보로 선발된 후 1년간이나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무중력 적응과 비상 사태 대처 등 온갖 훈련을 다 받은 끝에 ISS에서 고작 10일을 체류하고 돌아 왔다. 하지만 무중력 환경에 노출이 되지 않거나 노출시간이 짧다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무중력 상태에서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요령을 배워야 하며, 이·착륙 시 최대 6배에 달하는 중력을 견뎌야 하므로 중력 가속도 내성 훈련도 받아야 한다. 이 박사는 "우주여행의 형태에 따라 훈련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며 "간단한 우주여행이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우주비행 발사, 귀환 과정에서의 주의사항 등의 짧은 준비 훈련 만으로도 우주여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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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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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시대 곧 온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우주관광과 함께 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투자은행 코웬은 지난해 8월 우주관광 상품의 잠재적 수요층이 전 세계적으로 약 240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순자산 500만달러 이상의 부자 중 약 40%가 버진갤럭틱 방식의 준궤도 우주여행에 25만달러 이상을 낼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UBS는 우주 산업 규모가 2030년까지 총 230억달러(26조4000억원)로 커지고 이 중 우주여행 산업은 30억달러(3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블루오리진이 우주관광을 포함해 2040년까지 연간 1조달러(1146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도 아직은 무풍지대지만, 오는 10월 첫 독자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후 민간 우주 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우주여행 관련 산업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민간 우주산업은 아직까지 위성영상 및 지상국 활용, 소형위성이나 발사체와 관련된 기술개발 내용이 민간 참여 우주산업의 주요 아이템"이라며 "우주여행, 우주관광 등과 관련한 우주산업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단계이지만 외국의 우주여행 산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산업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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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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